기사상세페이지

집 한 채라서 억울하다는데…집 한 채도 없는 사람은 누가 생각하나

기사입력 2026.09.03 02:23

SNS 공유하기

fa tw gp
  • ba
  • ka ks url

    종부세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나는 답답하다. 집 한 채밖에 없는데 왜 세금을 많이 내야 하느냐, 평생 살던 집값이 올랐을 뿐인데 무슨 죄냐, 은퇴해서 소득도 없는데 세금을 어떻게 내느냐는 이야기가 반복된다.

     

    세금이 반가운 사람은 없다. 누구나 적게 내고 싶다. 그러나 종부세 논란을 보고 있으면 우리 사회가 지나치게 집을 가진 사람의 입장에서만 이 문제를 바라보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집 한 채밖에 없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는 그 한 채조차 없는 사람이 많다.

    수십억원짜리 아파트 한 채를 가진 사람도 1주택자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월세방에서 매달 월세를 내는 사람도 있고, 전세대출 이자를 갚으며 사는 사람도 있다. 평생 일을 하고도 자기 이름으로 된 집 한 채 마련하지 못한 사람도 있다.

    그 사람들도 참고 산다.

     

    db2fa08b-e6a9-4ed3-886b-40eab63f42f0.jpg

     

    집값이 오르면 집을 가진 사람은 자산이 늘어난다. 당장 팔지 않았다고 해도 자신이 가진 재산의 가치가 올라간 것은 사실이다. 반면 집이 없는 사람에게 집값 상승은 재산이 늘어나는 일이 아니라 내 집 마련이 더욱 멀어지는 일이다.

     

    그런데 언론 보도를 보면 이상할 정도로 집을 가진 사람들의 세금 부담에 초점이 맞춰질 때가 많다. “집 한 채 가진 죄”, “세금 폭탄”, “은퇴자의 눈물” 같은 표현은 쉽게 등장한다. 물론 실제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런 사례는 제도로 보완하면 된다.

     

    하지만 집 한 채도 가지지 못한 사람의 월세 부담과 전세대출 이자, 집값 상승으로 평생 내 집을 갖기 어려워진 현실은 왜 그만큼 크게 다뤄지지 않는지 나는 궁금하다.

    언론이 이런 문제를 계속 한쪽의 억울함으로만 설명하면 사람들의 인식도 그렇게 굳어질 수밖에 없다. 재산을 보유한 데 따른 세금을 마치 부당한 벌금처럼 받아들이게 만드는 것이다.

     

    나는 이런 시각이 서울의 고가주택 문제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지방을 이야기할 때도 비슷하다. 나는 지방선거 후보자를 대상으로 한 교육 자리에서 한 교수가 “지방은 집값이 오르지 않는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그 말을 들으면서도 의문이 들었다.

     

    도대체 누구의 기준에서 집값이 오르지 않았다는 것인가.

    서울의 20억원, 30억원짜리 아파트와 비교하면 지방의 집값은 싸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지방에서 월급 200만~300만원을 받으며 생활하는 사람에게 3억원, 4억원짜리 아파트가 정말 싼 집인가.

     

    3억원짜리 집을 마련하려면 한 푼도 쓰지 않고 몇 년을 모아야 하는가. 생활비를 쓰고 아이를 키우며 대출까지 갚는 현실에서는 그보다 훨씬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런데도 전문가나 정치권에서 서울 집값을 기준으로 지방 집값을 평가하면서 “지방은 집값이 안 오른다”, “지방 부동산은 침체됐다”고 너무 쉽게 이야기한다.

    집을 이미 가진 사람에게는 3억원짜리 집이 3억5천만원이 되지 않은 것이 문제일 수 있다. 하지만 집이 없는 사람에게는 애초에 3억원이라는 가격 자체가 높은 벽이다.

    우리는 언제부터 집값이 오르지 않는 것을 걱정해야 하는 사회가 되었는가.

     

    집은 사람이 살아가는 공간이다. 물론 재산이기도 하고 투자 대상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치와 정책이 언제나 집값을 올리는 방향만을 좋은 것으로 생각한다면 집 없는 사람은 영원히 뒤처질 수밖에 없다.

    집값이 오르면 집 가진 사람은 좋아한다. 언론은 자산가치 상승이라고 말한다. 정치인은 부동산 경기가 살아났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 순간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 비용도 똑같이 올라간다는 사실은 쉽게 잊힌다.

     

    나는 종부세가 완벽한 세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과세 기준이나 세율이 잘못됐다면 고쳐야 한다. 오랫동안 거주한 고령자가 당장 현금이 없어 어려움을 겪는다면 납부를 유예했다가 매각이나 상속 때 정산하는 방법도 고민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개별적인 어려움을 이유로 예외를 계속 만들어주는 것이 과연 옳은지도 생각해야 한다.

    1주택자는 빼달라, 장기보유자는 깎아달라, 고령자는 줄여달라, 실거주자는 다르게 해달라고 한다. 각각의 사정만 보면 모두 이유가 있다.

    그러나 예외가 계속 늘어나면 세법은 복잡해지고, 결국 정보를 많이 가진 사람과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제도를 더 잘 활용한다. 그러다 보면 정작 세금을 제대로 걷어야 할 사람까지 이리저리 빠져나갈 길이 생길 수 있다.

     

    세금은 가능한 한 기준이 명확해야 한다.

    나는 재산이 많은 사람이 그에 맞는 세금을 부담하는 것이 이상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당연한 일에 가깝다고 본다.

    더구나 우리 사회에는 집 한 채 없는 사람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들은 집값이 내려가도 걱정된다는 목소리를 크게 내지 않는다. 월세가 올라가도 참고 살고, 전세대출 이자가 올라가도 버틴다. 집값이 올라 내 집 마련이 더 멀어져도 살아간다.

     

    1448859e-80f8-41c5-85db-57625c821c91 (1).png

     

    그런 사람들을 놔두고 상당한 재산을 가진 사람이 “나는 집 한 채밖에 없는데 왜 세금을 내느냐”고 계속 억울함을 이야기한다면 나는 선뜻 공감하기 어렵다.

    언론도, 정치인도, 전문가도 이제 집을 가진 사람의 시선에서만 부동산 문제를 바라보지 않았으면 한다.

    서울보다 싸다는 이유로 지방의 집값을 싸다고 말해서도 안 된다. 집값이 오르지 않는 것을 마치 지역의 실패처럼 이야기해서도 안 된다.

    중요한 것은 집을 가진 사람의 재산을 얼마나 더 올려줄 것인가가 아니라, 평범하게 일하는 사람이 자기 소득으로 집 한 채 마련할 수 있는 사회인가 하는 문제다.

    나는 종부세 논란을 볼 때마다 결국 그 질문으로 돌아간다.

     

    집 한 채 가진 사람이 그렇게 억울하다면, 집 한 채도 없는 사람의 억울함은 누가 이야기해 줄 것인가.

     

    그리고 지방 집값이 오르지 않는 것을 걱정하기 전에, 지금의 지방 집값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사람부터 한 번 바라봤으면 한다.

    backward top h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