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해에는 현재 두 개의 철도가 존재한다. 창원역과 연결되는 진해선은 과거 새마을호와 무궁화호 열차가 오가던 대표 노선이었지만, 2012년 11월 동대구행 새마을호 폐지 이후 여객 기능이 완전히 중단됐다. 그 이후 진해선은 화물열차가 간헐적으로 운행되는 수준으로 전락했고, 경화역은 철도역으로서의 기능보다 벚꽃 관광 명소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반면 사비선은 구(舊) 육대 앞에서 행암까지 이어지는 약 7km의 짧은 군수화물 전용 철도다. 화물열차는 한 달에 한 번 다닐 때도 있고, 많아야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다닐 뿐이다.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이 철도가 지금도 필요한가?”라는 질문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특히 평일 낮 동안에도 선로는 텅 비어 있고, 열차가 지나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러나 사비선 문제의 본질은 단순히 열차 운행 간격에 있는 것이 아니다. 이 철도는 도심을 가로지르며 주택지·상권·학교·생활권과 맞닿아 있는 구조다. 일부 구간은 집 바로 옆으로 선로가 지나가 열차 통과 시 주택이 흔들릴 정도의 진동이 감지된다는 민원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또한 관리가 부실해 철길 주변에는 쓰레기 투기, 불법 경작, 잡초 무성, 수목 방치 등으로 도시미관을 ㅊ해치고 있다. 말하자면, 열차는 거의 안 다니는데 선로가 방치되며 도심 환경만 악화시키는 ‘도시의 흉터’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이유로 진해 지역에서는 지난 수년간 사비선 폐지 또는 이설 요구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그러나 정작 행정적·군사적 현실은 간단하지 않다. 사비선은 여전히 군수물자 운송 가능성을 위해 유지되고 있으며, 국방부·군의 협의 없이는 폐선 절차 자체가 진행될 수 없다. 또 이설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토지 보상, 우회 철도 설치 등 막대한 비용이 소요된다. 국토부 승인까지 거쳐야 하므로 단기간 안에 이뤄질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결국 폐선도 어렵고 이설도 현실화되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면서, 주민 불편만 반복되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이런 배경 속에서 최근 주목받는 대안이 바로 ‘폐선 없이 사비선을 공원화하는 모델’이다. 진해는 전국적으로 유명한 벚꽃 도시이며, 특히 여좌천과 경화역 벚꽃길은 매년 수백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명소다. 여기에 사비선을 장미·수국·라일락 등 계절형 꽃길 공원으로 재생한다면, 기존 벚꽃 관광과 자연스럽게 연계되는 새로운 <사계절 관광 루트>를 만들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단순히 미관 개선을 넘어 지역경제와 문화적 가치까지 재창조할 수 있는 접근이다.
이 방안으로 사비선 전 구간 양쪽을 정비해 폭 1~2m의 장미터널 또는 선형 장미길을 조성하고, 기존의 금속 울타리 대신 자연형 장미·수국 생울타리를 설치하는 것이다. 여름철 잡초만 무성하던 공간을 사계절 꽃이 피는 길로 바꾸면, 진해의 상징인 벚꽃과 이어져 벚꽃 – 장미 – 수국 – 단풍이라는 계절별 관광 동선이 완성된다. 이를 통해 4월 벚꽃 시즌에 집중된 관광 수요를 분산하고, 진해 전체의 연중 관광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다.
여기에 야간 LED 라이트업, CCTV 설치, 안전 울타리 재정비 같은 도시 안전 조치를 더하면, 주민들이 안심하고 걸을 수 있는 ‘도심 속 로맨틱 산책로’가 만들어진다. 충장로와 행암 일대에는 소규모 장미광장, 벤치, 포토존, 그늘막 등을 추가 배치해 관광객과 주민 모두가 사용할 수 있는 복합 휴식공간으로 전환할 수 있다.
또한 사비선이 도심을 가로지르며 만들어진 단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간별로 ‘상부 데크(Deck) + 꽃정원’을 설치하는 방안도 있다. 단절이 심한 구간 1~2곳을 선정해 소규모 보행 데크와 정원을 설치하면 철길이 도시 흐름을 막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도시 재생의 중심축으로 변화할 수 있어 철도를 없애지 않고도 도시 기능을 개선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실성이 높다.
이렇게 사비선 공원화가 실행될 경우 민원 70% 이상이 감소하고, 진해 관광과 상권이 살아나는 효과가 동시에 나타날 것이다. 도시 이미지 또한 긍정적으로 바뀌어 주민 삶의 질 향상과 지역 브랜드 강화까지 기대할 수 있다.
폐선도 어렵고, 그렇다고 손 놓고 있기에는 도시민들의 불편이 너무 큰 사비선 문제. 이제는 “없애지 않아도, 충분히 바꿀 수 있는 길”을 찾을 때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비선을 장미 꽃길 공원화하는 방안은 그 현실적 대안 중 하나로, 진해의 새로운 미래를 제시하는 방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