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에게 물려받아 이미 내 명의로 등기까지 끝난 땅인데, 이것도 국가가 가져갈 수 있을까?”
최근 친일재산 환수 문제가 다시 주목받으면서 친일파 후손이 가진 재산은 어디까지 환수 대상이 되는지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현재 명의가 누구에게 있느냐만으로 환수 여부가 결정되지는 않는다. 핵심은 그 재산이 어디에서 시작됐고, 친일행위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다. 반대로 조상이 친일반민족행위자로 인정됐다는 이유만으로 후손이 가진 집과 땅, 예금 등 모든 재산을 국가가 가져가는 것도 아니다.
국회는 지난 5월 7일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 등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을 통과시켰다. 법은 6월 2일 공포됐으며 오는 2026년 12월 3일부터 시행된다. 검색에서는 흔히 ‘친일재산환수법’으로 불리고 있다. ‘친일재산환수법 발의’라는 검색어도 여전히 등장하지만, 현재는 발의 단계가 아니라 이미 국회를 통과해 공포까지 마친 법률이다.
새 법이 시행되면 2010년 활동이 종료됐던 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조사위원회, 이른바 친일재산환수위원회가 16년 만에 다시 가동된다. 위원회의 기본 활동기간은 3년이며 한 차례에 한해 2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친일재산이라고 해서 단순히 ‘친일파 후손이 현재 가지고 있는 재산’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법은 러·일전쟁 개전 시점부터 1945년 8월 15일까지 친일반민족행위자가 취득한 재산의 경우 친일행위의 대가로 취득한 것으로 추정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그 재산이 후손에게 상속된 경우도 친일재산 판단 대상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조부나 증조부에게서 물려받은 토지의 등기 명의가 현재 손자·증손자 앞으로 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환수 대상에서 자동으로 빠지는 것은 아니다. 바로 이 부분이 “이미 내 명의인데도 환수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핵심이다. 명의보다 재산의 형성 과정이 중요하다.
그렇지는 않다. 후손이 직장생활이나 사업, 정상적인 매매 등으로 별도로 형성한 재산까지 단순히 ‘친일파 후손의 재산’이라는 이유만으로 환수하는 제도가 아니다.
즉 친일반민족행위자가 친일행위의 대가로 얻은 재산인지, 그 재산이 상속·증여 등의 과정을 통해 현재까지 이어졌는지를 따져야 한다. 결국 ‘누구의 후손인가’가 아니라 ‘그 재산이 어디서 왔는가’가 판단의 출발점인 셈이다.
이번 친일재산환수법에서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이다. 새 법은 친일재산 자체뿐 아니라 그 재산을 처분해 받은 대가까지 환수 대상으로 명시했다. 국회 입법자료는 후손이 친일재산을 제3자에게 팔아 현금화하거나 소유권을 분산하는 방식으로 재산을 숨기는 것을 막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한다.
따라서 환수 대상 토지를 이미 팔아 현재 다른 사람 명의가 됐다고 해서 반드시 끝나는 것은 아니다.
과거 판례에서도 친일재산이 이를 알지 못한 제3자에게 매각된 경우 후손에게 그 매매대금 상당액을 국가에 반환하도록 한 사례가 있다.
여기에는 또 다른 보호장치가 있다. 새 법도 제3자가 선의로 취득했거나 정당한 대가를 지급해 취득한 권리를 보호하도록 하고 있다. 즉 친일재산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정상적인 가격을 지불해 토지를 산 일반인의 재산권까지 무조건 박탈하는 구조는 아니다.
때문에 실제 친일재산 환수 과정에서는 친일행위 여부뿐만 아니라 재산 취득 시기, 상속 관계, 매매 과정, 취득자 사정 등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2006년 설치됐던 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조사위원회는 2010년 활동을 종료했다. 정부 입법자료에 따르면 이후 법무부가 소송 업무 등을 이어왔지만 친일재산을 새롭게 찾아내는 전담 조사 기능은 사실상 공백 상태였다. 이에 새 법은 조사위원회를 다시 구성하고, 친일재산 신고자에게 포상금을 지급하는 제도까지 마련했다.
앞으로 위원회가 본격 활동에 들어가면 오랫동안 후손에게 상속되거나 이미 매각된 재산을 놓고 새로운 조사와 법적 다툼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결국 친일재산 환수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단순하다.
“지금 누구 이름으로 돼 있느냐”가 아니라 “그 재산은 처음 어디에서 왔느냐”다.
친일파 후손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재산이 환수되는 것도 아니지만, 친일행위의 대가로 형성된 재산이라면 여러 차례 상속돼 현재 후손 명의가 됐다는 사실만으로 환수 문제에서 자유로워지는 것도 아니다.
Copyright @2026 진해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