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동에서 버스를 기다렸다.
주말이라 평소보다 배차 간격이 길 수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306번 버스를 타기까지 무려 30분 가까이 기다려야 했다.
아무리 주말이라지만 시민에게 30분씩 버스를 기다리게 하는 것이
정상적인 대중교통 서비스인지 의문이 들었다.
‘이런 문제를 제대로 해결해 줄 사람은 없을까.’
버스를 기다리면서 자연스럽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진해 롯데마트로 가야 했다.
그런데 버스 노선 때문에 원하는 곳까지
한 번에 갈 수 없어 풍호동 마린푸르지오 1단지 정문 앞에서 내렸다.
그리고 다시 윗도로에 있는 녹수아파트 버스정류장까지 걸어 올라갔다.
거리로는 약 300m 정도 되는 것 같았다.
버스를 30분 기다린 것도 답답한데 버스에서 내려
다시 걸어 올라가 다른 버스를 기다려야 했다.
솔직히 짜증이 났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이런 불편을 계속 겪고 있는데,
정작 이를 제대로 들여다보고 해결하려는
지역의 일꾼은 얼마나 있는지 씁쓸한 생각도 들었다.
■ 버스를 기다리는데 낯익은 이름이 보였다
그렇게 녹수아파트 버스정류장에서
다시 롯데마트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길 건너 LED 전광판에서 낯익은 이름 하나가 계속 지나갔다.
처음에는 잘못 봤나 싶었다.
잠시 뒤 같은 문구가 다시 나타났다.
“지역을 위해 끝까지 뛰겠습니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2-나 이해련”
이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지나갔다.
순간 조금 의아했다.
‘2-나 이해련?’
6·3 지방선거 때 봤던 바로 그 선거 기호와 이름이었다.
선거는 이미 끝났다.
6월 3일 지방선거가 치러진 지 석 달이 넘었다.
그런데 지금도 전광판에서는
당시 후보자 기호와 이름이 반복해서 나오고 있었다.
■ 풍호동은 이해련 의원의 지역구도 아니다
더 의아했던 것은 장소였다.
이해련 의원의 지역구는 충무동·여좌동·태백동이다.
하지만 내가 이 전광판을 본 곳은 풍호동이었다.
이해련 의원의 지역구가 아닌 곳에서 선거 때 사용했던
‘2-나 이해련’이라는 문구가
지금까지 계속 흘러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여러 가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 전광판 문구는 언제부터 송출된 것일까.
선거가 끝난 뒤 새롭게 나온 것일까.
아니면 지난 지방선거 당시부터 계속 송출됐던 것일까.
특히 ‘2-나 이해련’이라는 선거 기호가 그대로 표시되고 있다는 점을 보면
선거 이전부터 나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
■ 만약 이런 방식이 가능하다면 다른 후보들도 다 하지 않았을까
전광판을 계속 바라보다 보니 또 하나의 의문이 들었다.
만약 후보자가 일반 전광판을 통해 자신의 선거 기호와 이름,
홍보문구를 계속 내보내는 방식의 선거운동이 가능한 것이라면
다른 후보들은 왜 이런 방법을 적극적으로 사용하지 않았을까.
선거 때가 되면 후보자들은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해
현수막 하나, 명함 한 장, 유세차량 한 대에도 상당한 공을 들인다.
그런 상황에서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도로변 LED 전광판을 이용해
하루 종일 후보자의 기호와 이름을 반복적으로 노출할 수 있다면
상당히 효과적인 선거운동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다른 후보들도 앞다퉈 전광판 광고를 하지 않았을까.
진해 곳곳의 전광판마다 후보자의 얼굴과 기호,
이름이 나왔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실제 선거에서는 그런 모습을 쉽게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래서 더욱 궁금했다.
이 전광판의 ‘2-나 이해련’이라는 문구는 어떤 경위로 송출된 것일까.
그리고 선거 당시부터 나온 것이라면
이런 방식의 홍보가 어떤 기준에 따라 가능했던 것일까.
'
■ 선거가 끝났는데 왜 아직 ‘2-나’일까
현재 이 장면 하나만 놓고 어떤 법 위반 여부를 단정할 수는 없다.
광고를 누가 의뢰했는지, 언제부터 송출됐는지,
어떤 계약과 절차를 거쳤는지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법적인 판단은 관련 사실관계가 확인된 뒤 관계기관에서 판단할 문제다.
하지만 시민의 눈으로 봤을 때 쉽게 이해되지 않는 부분은 분명히 있다.
지방선거가 끝난 지 석 달이 넘었다.
이해련 의원은 이미 선거에서 당선돼 현직 시의원,
아니 창눤시의회 의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런데 지역구도 아닌 풍호동의 LED 전광판에서는
지금까지도 선거 당시 사용했던 것으로 보이는
‘2-나 이해련’이라는 문구가 반복되고 있다.
버스를 기다리며 한동안 그 전광판을 바라봤다.
“지역을 위해 끝까지 뛰겠습니다.”
그리고 다시,
“2-나 이해련.”
버스 한 대를 타기 위해 30분을 기다리고,
또 버스를 갈아타기 위해
수백 미터를 걸어 올라온 상황에서
그 문구를 보고 있으니 묘한 생각이 들었다.
지역을 위해 끝까지 뛰겠다는 사람은 많은데,
정작 시민들이 매일 겪는 이런 불편함을
끝까지 해결해 줄 사람은 누굴까.
그리고 또 하나.
만약 저런 방식의 선거운동이 정말 가능한 것이었다면,
왜 모든 후보가 저렇게 하지 않았을까.
선거가 끝난 지 석 달이 지난 지금도 전광판에서 반복되는 ‘2-나 이해련’.
그 이유가 더욱 궁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