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면 저런 현수막 거부한다”…국회의원은 크게, 도·시의원은 작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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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면 저런 현수막 거부한다”…국회의원은 크게, 도·시의원은 작게

추석을 앞두고 진해 거리에 정치인들의 명절 인사 현수막이 걸렸다.

“풍요롭고 행복한 추석연휴 보내십시오.”

평범한 명절 인사다. 그런데 현수막을 한참 바라보고 있으니 

추석 인사말보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

 

정치인 세 사람의 확연히 다른 사진 크기다.

현수막 오른쪽에는 이종욱 국회의원의 얼굴과 이름이 큼지막하게 자리 잡았다. 

반면 왼쪽에 배치된 박동철 경남도의원과 김동엽 창원시의원의 사진과 이름은 상대적으로 훨씬 작게 보인다.

사진 한 장만 놓고 보면 국회의원이 주인공이고, 도의원과 시의원은 그 옆에 함께 이름을 올린 사람처럼 보일 정도다.

그래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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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면 지방의원으로서 저런 현수막에 내 얼굴과 이름을 넣는 것을 거부했을 것 같다.

국회의원은 왕이고 지방의원은 그 아래에 줄을 서는 정치인인가.

물론 현수막의 사진 크기만 가지고 세 정치인의 실제 관계나 제작 의도를 단정할 수는 없다. 

누가 디자인을 결정했고 세 사람이 어떤 과정을 거쳐 이름과 사진을 함께 넣었는지도 이 사진만으로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정치 현수막은 결국 시민에게 보여주려고 만드는 것이다.

그렇다면 시민에게 어떻게 보이는지도 정치의 일부다.

 

국회의원은 크게, 도·시의원은 작게…왜 그래야 하나

국회의원과 도의원, 시의원은 역할이 다르다.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법률과 국가 예산을 다루고, 

도의원은 경남도 행정과 예산을 견제하며, 시의원은 창원시 행정과 예산을 심의·감시한다.

실제로 박동철 도의원은 경남도의회에서 진해신항 전담부서 설치 등을 직접 도정질문했고,

해군사관학교 통합·이전 반대 결의안도 대표 발의했다. 

 

즉 지방의원에게는 지방의원만의 정치적 역할과 책임이 있다.

국회의원이 도의원을 임명한 것도 아니고, 도의원이 시의원을 임명한 것도 아니다.

각자가 자신의 위치에서 주민을 대표하는 선출직 정치인이다.

그런데 명절 현수막에 함께 등장하면서 사진 크기는 

마치 정치적 서열을 보여주듯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면 시민들은 어떤 인상을 받을까.

국회의원은 크게, 도의원은 작게, 시의원은 더 작게.

정치에도 계급이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나라면 저런 현수막에 이름을 넣지 않는다

내가 지방의원이라면 어땠을까.

국회의원 사진은 큼지막하게 들어가고 내 사진과 이름은 한쪽에 조그맣게 들어간 현수막을 보고도 흔쾌히 동의했을까.

 

나는 그러지 않았을 것 같다.

사진을 똑같은 크기로 해달라고 요구했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아니다.

차라리 내 이름과 사진을 빼달라고 했을 것 같다.

지방의원 역시 주민의 선택을 받은 정치인이라면 

자신의 이름을 걸 때 최소한 독립된 정치인으로 보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국회의원 옆에 얼굴 한번 내미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시민에게 **“나는 누구이고, 무엇을 하고 있으며, 무엇에 책임지는 정치인인가”**를 보여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지방의원은 국회의원의 ‘부속 정치인’이 아니다

같은 정당의 국회의원과 지방의원이 함께 움직이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같은 지역의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국회의원·도의원·시의원이 협력하는 것은 오히려 필요한 일이다.

실제로 진해 정치권은 해군사관학교 이전 문제 등 주요 지역 현안에서 함께 목소리를 내왔다. 

이종욱 의원과 지역 시·도의원들이 공동 대응에 나선 사례도 있다. 

 

문제는 협력과 종속은 전혀 다른 개념이라는 것이다.

국회의원에게 필요한 지역 조직의 한 사람처럼 지방의원이 비치기 시작한다면 지방자치의 의미도 흐려진다.

지방의원이 가장 먼저 바라봐야 할 곳은 국회의원실이 아니라 자신에게 표를 준 주민들이어야 한다.

국회의원의 생각과 지역 주민의 이해가 충돌한다면 주민 편에서 다른 목소리를 낼 수도 있어야 한다.

그래야 지방의원이 존재할 이유가 있다.

 

현수막 디자인 하나가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물론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

“사진 크기 가지고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는 것 아니냐.”

맞는 말일 수도 있다.

단순히 디자인 과정에서 인지도가 높은 정치인을 크게 배치했을 수도 있고, 

특별한 정치적 의미 없이 만들어졌을 수도 있다.

그래서 사진 크기의 차이가 실제 정치적 서열을 의미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선거 때를 생각해보자.

정치인들은 자신의 사진 위치 하나, 이름 글씨 크기 하나에도 상당히 신경을 쓴다.

정치 홍보물에서 사진과 이름의 크기는 결코 아무 의미가 없는 요소라고만 하기도 어렵다.

무엇보다 현수막은 시민에게 보이기 위해 거는 것이다.

시민의 눈에 국회의원은 압도적으로 크게 보이고 지방의원들은 작게 보인다면, 

적어도 왜 그렇게 보이도록 만들었는가정도는 질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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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이 왕이고 지방의원은 신하인가

지역정치에서 국회의원의 영향력이 큰 것은 현실이다.

하지만 영향력이 크다는 것과 정치적 신분이 높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국회의원이 왕이 아니듯 도의원과 시의원도 신하가 아니다.

각자 다른 역할을 맡아 주민에게 책임지는 선출직 정치인이다.

그래서 이번 현수막을 보면서 씁쓸함이 남는다.

 

큰 얼굴 하나와 작은 얼굴 둘.

별것 아닌 디자인처럼 보이지만, 

그 모습이 우리가 익숙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지역정치의 한 단면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정치인이 서로 협력하는 모습은 얼마든지 좋다.

하지만 협력하려면 먼저 각자가 독립적으로 서 있어야 한다.

나라면 지방의원으로서 저런 현수막은 거부했을 것이다.

 

국회의원 옆에 작은 얼굴로 등장하는 것보다 

주민 앞에서 내 이름과 내 정치로 평가받는 편을 택했을 것이다.

추석 현수막 한 장을 보면서 묻게 된다.

우리 지방의원들은 주민이 뽑은 독립된 정치인인가, 

아니면 국회의원 주변에 서 있는 지역 정치인인가.

사진 크기가 그 질문에 답해주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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