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런데 판결 결과만큼 눈길을 끄는 사실이 있다. 지난 10월 7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명태균 여론조사 사건에서 1심 유죄를 뒤집었던 바로 그 재판부가 이번에도 무죄를 선고했다는 점이다.
두 사건의 재판장은 구회근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다. 같은 재판부가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두 건에서 연이어 다른 결론을 내리자, 판결을 환영하는 반응과 재판부의 증거 판단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핵심은 단순히 무죄가 두 번 나왔다는 사실이 아니라, 1심에서 인정됐던 범죄 사실을 2심이 왜 인정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서울고법 형사7부는 2026년 10월 23일 오 시장과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후원자인 사업가 김한정씨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오 시장은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명태균씨에게 여론조사 10건을 의뢰하고 그 비용 3,300만원을 김씨가 대신 지급하도록 한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 7월 22일 1심 재판부는 여론조사 5건과 비용 2,100만원에 관한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오 시장에게 벌금 1,000만원과 추징금 2,100만원을 선고했다.
정치자금법상 해당 벌금형이 확정될 경우 시장직을 잃을 수 있는 판결이었다.
그러나 항소심 판단은 달랐다. 2심은 김씨가 명씨 측에 돈을 지급한 사실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그것만으로 오 시장이 여론조사를 구체적으로 의뢰하고 비용 대납에 관여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가 특히 문제 삼은 것은 명씨 진술의 신빙성이었다.
명씨가 직접 경험한 사실과 추측을 구별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고, 일부 진술이 객관적인 정황 및 관련자 설명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형사재판에서는 의혹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유죄를 선고할 수 없다. 검사가 범죄 사실을 합리적인 의심이 남지 않을 정도로 증명해야 한다.
항소심은 이 원칙에 따라 오 시장의 관여 사실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본 것이다.
구회근 부장판사는 사법연수원 22기 출신으로 1996년 판사 생활을 시작했다.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와 광주지법 순천지원장, 광주고법 부장판사 등을 거쳐 서울고법에서 근무해 왔다.
구 부장판사가 재판장을 맡은 형사7부는 10월 7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정치자금법 위반 항소심에서도 1심 징역 2년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윤 전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와 공모해 명씨에게서 상당한 금액의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은 혐의로 기소됐었다.
당시 항소심 재판부는 여론조사 제공이 당사자들에게 정치자금법상 재산상 이익으로 귀속됐는지, 무상 제공에 관한 사전 의뢰나 의사 합치가 있었는지 등을 따졌다.
그 결과 유죄를 인정하기 위한 법적 요건과 증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윤 전 대통령 사건과 오 시장 사건의 구조는 다르다. 윤 전 대통령 사건에서는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는 행위의 법적 성격이 중요했고, 오 시장 사건에서는 제3자의 비용 대납을 오 시장이 알고 관여했는지가 중요한 쟁점이었다.
같은 재판부가 두 사건 모두 무죄를 선고했지만, 무죄에 이른 법률적 이유까지 동일한 것은 아니다.
같은 재판부가 두 정치자금법 사건을 맡은 경위도 논란의 대상이 됐다.
지난 10월 1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윤 전 대통령 사건과 오 시장 사건이 모두 서울고법 형사7부에 배당된 이유를 묻는 질문이 나왔다.
김대웅 서울고등법원장은 두 사건이 무작위 방식으로 배당된 것으로 알고 있으며, 관련 사건이라는 이유로 특정 재판부에 지정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따라서 두 사건이 같은 재판부에 배당됐다는 사실만으로 의도적인 배당이나 부당한 개입이 있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동일한 재판부가 잇따라 1심 판결을 뒤집으면서 배당 경위와 판단의 일관성에 관한 질문이 다시 제기된 것이다.
구 부장판사의 과거 판결을 살펴보면 1심의 판단을 뒤집은 사례가 무죄 선고에만 한정되지는 않는다.
2026년 9월에는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 승인 청탁 사건 항소심에서 1심보다 무거운 실형을 선고한 사례가 있다.
반대로 2020년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활동 방해 사건에서는 직권남용죄 성립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일부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2023년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일본 정부 상대 손해배상 소송에서 국가면제를 이유로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던 1심 판단을 뒤집고 배상 책임을 인정한 재판에도 참여했다.
따라서 특정 사건 두 건만으로 재판장의 전체 판결 성향이나 정치적 의도를 규정하는 데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개별 사건의 증거와 법률적 판단을 구체적으로 비교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이번 판결에 대해 국민의힘은 사필귀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장동혁 대표 등은 특검의 무리한 기소가 바로잡혔다고 평가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연이은 무죄 선고를 강하게 비판했다. 일부 인사들은 재판부를 '무죄 자판기'에 비유하며 사법개혁 필요성까지 제기했다.
민중기 특별검사팀도 항소심 판단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상고 방침을 밝혔다. 특검은 명씨 진술 외에도 혐의를 뒷받침하는 증거가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오 시장에게 내려진 것은 항소심 무죄 판결이다. 대법원에서 최종 판단이 내려진 것은 아니므로 무죄가 확정됐다고 표현해서는 안 된다.
이번 사건에서 독자가 확인해야 할 것은 세 가지다. 첫째, 여론조사 비용이 지급됐다는 사실과 오 시장의 범죄 혐의가 입증됐다는 판단은 다르다. 둘째, 1심과 2심은 같은 사건의 증거를 서로 다르게 평가했다. 셋째, 최종 결론은 향후 상고심 절차에서 다뤄질 수 있다.
정치권은 판결을 두고 정반대의 평가를 내놓고 있다. 그러나 재판부가 유죄의 의심과 법률상 유죄의 증명을 왜 구분했는지 살펴보지 않으면 판결을 둘러싼 논쟁의 핵심을 놓치게 된다.
이번 무죄 판결을 둘러싼 질문은 결국 하나로 모인다. 같은 사실과 증거를 두고 1심과 2심은 왜 이렇게 다른 결론에 도달했는가.
그 이유를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 것이 사법부 신뢰와도 연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