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스요금 올리면서 K-패스 환급금은 왜 줬습니까?”
직장을 마치고 창원 상남동으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창문 밖으로 어스름한 저녁 풍경이 스쳐 지나갈 무렵, 낯익은 얼굴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평소 알고 지내던 대리운전 기사였다. 오랜만에 만난 우리는 반갑게 인사를 주고받았다. 그와 나란히 창원 상남동 정류장에서 내렸다. 그때, 정류장에 붙은 A4 안내문 하나가 눈에 띄었다. “8월 1일부터 시내버스 요금이 200원 인상됩니다.” 순간 당황스러웠다. 곁에 있던 대리기사는 핸드폰을 꺼내 보여 주었다. “불경기이다 보니 하루 3~5콜 뛰어요. 밤새워 운전한 수입이 5~6만 원에 불과합니다. 호출이 없으니 상남동 같은 곳에 나와야 해요. 버스를 타고 한 콜 뛰고 다시 타고… 하루에 4~5번은 버스를 타요.” 그가 내뱉은 말은 탄식에 가까웠다. "교통비만 한 달에 15만 원 가까이 나와요. 근데 이제 더 내야 한답니다."
K-패스 제도로 환급해 주고, 요금 올리고…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정책인가?
2024년 정부는 교통복지 확대를 위해 'K-패스' 제도를 도입했다. 버스·지하철을 자주 이용하는 국민에게 지자체에서 20%에서 53%까지 환급해 주는 정책이다. 청년·서민·플랫폼 노동자 등 서민들에게 교통비 부담을 줄여 사회적 형평성을 실현한다는 취지였다. 창원시는 오는 8월부터 버스 기본요금을 1,500원에서 1,700원으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표면적 이유는 적자다. 그러나 시민들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는다. "K-패스로 환급해 줬다가 이제 요금을 올려 다시 걷겠다는 것 아니냐?"라는 의혹마저 나온다. 더구나 이번 인상은 창원뿐 아니라 김해, 양산, 진주 등 경남 전역에서 동시에 시행된다. 공공재인 버스요금 인상을 시민사회와 단 한 차례의 논의도 없이 강행하는 것이다.
2024년 총선 때 많은 후보는 K-패스 환급제도 확대 공약을 내거나 이보다 더 많은 교통요금 환급제도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지금은 지키는 정치인도 없고 버스요금 인상에 반대한다는 정치인도 찾기 힘들다. K-패스 제도 또한 2025년에는 1일당 2회로 환급을 제한하였다. 확대하기는커녕 축소하고, 요금도 인상한다고 하지만 총선이 끝나니 관심을 두는 정치인도 없다.
지난 7월 13일 경기도에서는 버스요금 인상안에 대해 공청회가 열렸다. 공청회에서는 인상의 필요성이나 인상 폭, K-패스 혜택 등에 관한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경기도에서는 200원 정도의 요금 인상에 K-패스 혜택을 확대할 것 같다.
시민은 묻는다. 버스 이용객 시민들에게 쓰는 비용은 낭비인가?
2020년 창원시는 버스요금을 1,200원에서 1,500원으로 인상했고 ‘전국 최고 요금’이라는 비판이 따랐다. 당시에는 “인근 도시와의 환승체계를 고려한 조정”이라 인상 폭이 컸다는 해명을 내어놓았다. 그리고 5년 뒤에 또 200원을 올린다고 한다. 1년 전에는 교통비를 환급해 준다는 K-패스 제도를 대대적으로 홍보해 놓고, 이제는 버스비를 올린다고 하니 마치 속은 듯한 기분이 드는 것은 삶이 고단한 서민의 피해의식일까.
각종 토목공사는 ‘투자’라며 아낌없이 퍼붓지만, 시민이 타는 버스요금은 ‘적자’라는 이름 아래 비용으로만 치부된다. 형평성을 위해 만든 K-패스는 결국 인상으로 상쇄되고, 서민들은 다시 버스 요금의 무게를 감당해야 한다.
대리기사의 마지막 한 마디가 귓가를 떠나지 않는다. “이재명 정부는 우리에게 관심이 있는 건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