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해 발전 가로막는 고도제한- 덕산비행장, 신항으로 가야 한다
▶ 군사시설물인 이유로 실제 사진이 아니라 AI로 제작한 가상 사진임
진해구에서 선거철만 되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단골 공약이 있다. 바로 군 전용 헬기기지인 덕산비행장 이전 문제다. 덕산비행장은 해군 항공작전 지원을 위한 헬기 중심 비행장으로, 진해 도심의 해안에 자리 잡고 있다. 이착륙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저고도 비행은 주변 주민들의 생활 불편으로 이어지고, 최근에는 고도 제한 때문에 일부 학교의 건물 증축도 불가능해져 학생들이 불편을 겪는 사례가 나오면서, 비행장 이전 요구는 더욱 커지고 있다. 공공건물 신축과 주거·도시개발 역시 광범위하게 제약받다 보니 덕산비행장 문제는 오랫동안 지역의 핵심 과제가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덕산비행장 이전은 진해의 오랜 화두가 되어 왔다. 그동안 가장 많이 거론된 이전지는 가덕신공항이었다. 2021년 3월 창원시의회 본회의에서는 당시 국민의힘 박춘덕 의원이 대표 발의한 ‘진해비행장 가덕신공항 이전 및 고도 제한 해지 건의안’이 가결되기도 했다. 가덕도 신공항이 동남권의 거점공항으로 개발되므로, 그 인근에 군 헬기기지를 함께 두어 공간 효율성을 높이자는 주장이다. 이후 다양한 정치 일정 속에서 가덕도 이전 주장은 반복적으로 등장하며 지역 안에서 일정한 공감을 끌어냈다.
그러나 이 안은 진해 지역의 이해만 고려한 단편적 접근이라는 비판도 동시에 존재한다. 가덕도는 부산시 관할로서 국제 민항을 중심으로 개발되는 곳이다. 민항기와 군 헬기 간 공역 충돌 가능성, 항공 안전 문제, 공역 분리 비용 등의 문제를 떠나, 부산 지역 주민과 지자체가 군 헬기기지 이전을 수용할 가능성 자체가 매우 낮다. 기피 시설 이전은 반드시 상호 합의가 필요하며, 강력한 인센티브 없이는 실현되기 어렵다. 그러나 진해 중심 논리만으로 이를 추진할 명분은 충분하지 않다.
2024년 총선에서는 김해공항 이전안도 등장했다. 가덕신공항이 개항되면 김해공항에 여유 공간이 생기니, 그곳으로 덕산비행장을 넣으면 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김해공항 주변 역시 소음 민원이 극심한 곳이며, 부산 시민이 군 헬기기지 이전을 수용할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거의 없다. 또한 국토부는 가덕신공항 개항 이후 김해공항 기능 축소를 전제로 하고 있어, 장기적 운영 안정성 역시 확보되지 않는다.
이전 시점 문제도 크다. 덕산비행장 이전은 진해의 ‘현재’ 문제다. 가덕도 신공항 완공 시기는 애초 2029년으로 계획되었으나 부지 조성 기간이 늘어나 계획대로 진행된다고 해도 2035년이 되어야 가능하다. 실제로 덕산비행장 이전 논의가 시작되려면, 신공항 완공 → 공역 구축 → 군 시설 설계 → 이전 공사라는 절차를 거쳐야 하기에 이전까지는 2040년 무렵에나 실현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시민의 불편과 도시 발전의 정체 상황을 고려할 때, 15년 뒤에나 효과가 나타나는 공약이 현실적인 해법이 되기 어렵다는 점은 자명하다.
해군의 작전성 측면에서도 가덕·김해공항 이전안은 걸림돌이 크다. 덕산비행장은 진해 해군기지와 인접해 있어 작전, 정비·보급 체계, 긴급 대응에서 효율성이 높다. 그러나 가덕도나 김해공항으로 이동하면 물리적 거리가 늘어나 작전 공백 위험이 생기고, 국방부와 해군이 소극적인 뜻을 밝힐 가능성이 높다. 이 외에도 관제 체계 충돌, 재정 부담, 지역 간 갈등과 일부 진해 주민들은 덕산 비행장이 이전하면 해군 일부도 외부로 유출되어 지역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 군사시설물인 이유로 실제 사진이 아니라 AI로 제작한 가상 사진임
이러한 여러 문제를 고려하면, 덕산비행장 이전의 해법은 진해구 안에서 찾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다. 그 대안으로 최근 가장 주목받는 곳은 신항 건설로 조성된 ‘신항 배후 부지 외곽’이다. 이 지역은 현재 주거지역이 거의 없고 물류단지 중심으로 계획되어 있어 민원 가능성이 낮다. 또한 신항 개발 일정과 유기적으로 조율할 수 있어, 별도의 대규모 국책사업 완공을 기다릴 필요가 없다. 즉, 비행장 이전까지의 시간 비용이 획기적으로 줄어든다는 장점이 있다.
신항 배후 부지는 총 698만㎡(축구장 978개) 규모이며, 덕산비행장 추정 면적은 30~60만㎡(축구장 40~80개) 수준이다. 이는 배후 단지의 4~8%에 불과한 면적으로, 외곽의 저활용 구역이나 완충지대를 활용하면 물류·산업 기능과 충돌하지 않는다. 군 전용 헬기기지로 한정해 배치하면 항만 크레인, 고층 적치 시설, 물류 차량 동선과도 분리할 수 있어 물류단지 조성에 구조적 차질이 없다. 민항 공역과도 겹치지 않아 헬기 중심의 공역 설계가 가능하며, 해군기지와의 접근성도 유지되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 할 수 있다.
결국 덕산비행장 이전의 현실적인 해법은 “진해 안에서 이전하면서, 신항 배후 부지 외곽에 군 전용 헬기기지를 조성하는 것”이다. 이 방안은 ▶지역 주민 민원을 최소화하고 ▶해군 작전성을 유지하며 ▶공역 문제를 피할 수 있고 ▶고도 제한을 신속하게 해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높다. 수십 년간 답보 상태였던 진해 도심 발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실질적 대안이다.
이제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이전 공약에서 벗어나, 현실적이고 실행할 수 있는 해법을 중심으로 논의의 장을 펼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