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사관학교 통합 논의가 이어지면서 진해에서는 해군사관학교 이전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높다. 해군사관학교가 이전하면 지역 상권이 위축되고 진해경제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는
주장이 주요 반대논리이다.
그러나 이 주장에 앞서 반드시 확인해야 할 것이 있다.
현재 해군사관학교와 해군교육사령부가
진해 지역경제에 실제로 어느 정도의 경제적 효과를 만들어내고 있는가 하는 문제다.
해군사관학교에는 생도와 교수·교직원
등이 생활하고 있고, 해군교육사령부에도 많은 장병과 교육생이 오간다.
각종 행사와 면회, 수료식 때 가족과 방문객도 진해를 찾는다. 일정한 경제효과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문제는 그 규모다. 해군사관학교가 연간 진해에서 얼마의 소비를 발생시키는지, 지역 업체의 납품·용역 규모는 어느 정도인지, 생도와 교직원·방문객의 소비 가운데 실제 진해 상권에 남는 금액이 얼마인지 보여주는 최근의 구체적인 자료는 찾아보기 어렵다.
과거 진해 해군기지 전체를 대상으로 경제효과를 분석한 자료가 있었지만
약 20년 전 자료인 데다 해군사관학교만을 별도로 분석한 것도 아니다.
지금의 사관학교 통합 문제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해사가 이전하면 진해경제에 막대한 타격을 준다'는 주장도 이제는 막연한 우려가 아니라 숫자로 검증할 필요가 있다. 군인이 많다고 소비가 모두 진해에 남는 것은 아니다
군 교육시설은 일반 대학이나 기업과 경제구조가 다르다.
일반 대학이라면 학생들이 학교 주변에서 주거와 식사, 쇼핑과 여가를 해결하면서 자연스럽게 대학가가 형성된다. 대규모 기업
역시 직원뿐 아니라 협력업체와 음식점, 숙박업, 서비스업
등으로 경제효과가 주변에 확산된다.
그러나 군 교육기관은 생도와 장병, 교육생의 상당수가 영내에서 숙식한다. 생활과 복지의 상당 부분도 부대 안에서 해결된다. 외출·외박 소비 역시 모두 진해에서 이루어진다고 볼 수 없다. 과거 병사들의 외출·외박에는 이른바 '위수지역' 제한이 있었지만 현재는 과거처럼 특정 시·군 안에 소비가 묶이는 구조가 아니다.
특히 진해는 창원 도심과 가깝다. 지역에서는 외출·외박을 나온 생도나 장병들이 진해보다 창원 도심을 찾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숙박과 음식, 쇼핑·여가시설 선택의 폭이 넓은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 진해에서는 군 선·후배나 상급자 등 군 관계자를 마주칠 가능성이 있어 상대적으로 편한 창원 도심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를 뒷받침할 공식적인 소비동선 조사는 없다. 그래서 조사가 필요한 것이다. 진해에 군 교육시설이 있다고 해서 장병과 생도의 외부 소비가 진해에 묶여 있다고 볼 수 없는 만큼, 실제 카드 소비와 외출·외박 동선이 어느 지역에서 발생하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수십만 평의 땅, 지역은 무엇을 얻고 있는가?
더 중요한 문제는 군 시설이 차지하는 부지다. 해군교육사령부의 경우 교육사 이전을 주장하는 단체의 추계로 약 22만6천 평 규모라고 한다. 정확한 공식 지적면적은 별도로 확인해야 하지만, 군 교육시설이 진해 도심의 상당한 면적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해군사관학교까지 포함하면 그 규모는 더욱 커진다. 여기에서 반드시 물어야 할 질문이 있다.
1, 그 넓은 부지가 만들어내는 지역경제 효과가 토지 규모에 비해 충분한가?
2, 수십만 평의 부지가 산업·연구시설이나
대학, 관광·상업시설 등 다른 용도로 활용됐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고용과 소비, 세수와 도시발전 효과도 함께 비교해야 한다.
이것이 토지의 기회비용이다.
물론 군 시설은 국가안보를 위해 필요한 시설이다. 경제성만으로 군 시설의 존폐를 결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국가적으로 필요한 시설이라는 것과 그 시설이 진해 지역경제에
큰 효과를 가져다준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진해는 오랫동안 해군과 함께 성장해온 도시인 동시에 넓은 군사시설과 각종 규제로 도시개발과 토지 이용에 제약을 받아온 도시이기도 하다. 따라서 지역경제 효과를 주장하려면 군 시설로 인해 지역이 얻는 이익뿐 아니라 지역이 감수하고 있는 기회비용까지 함께 따져야 한다.
이 밖에 군항제 기간 해군사관학교와 진해기지 개방이 관광객 유치에 도움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군항제 전체의 경제효과와 해군사관학교의 연중 상시 경제효과를 같은 것으로 봐서는 안 된다. 축제기간 관광효과와 평상시 지역경제 기여도를 구분해 계산해야 해사의 실제 경제적 가치를 알 수 있다.
이제는 '지킬 것이냐, 보낼 것이냐'를
넘어야 한다
해군사관학교가 진해의 역사와 정체성에서 갖는 상징성은 분명하다. 오랜 기간 진해와 함께해온 해군의 상징적 공간이라는 가치 역시 경제적 숫자만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 그러나 사관학교 통합이라는 국가적 정책을 논하면서 지역경제를 핵심 반대 근거로 내세운다면 그에 걸맞은 객관적인 자료도 제시해야 한다.
경제효과가 실제로 크다면 그 숫자를 공개하면 된다.
반대로 넓은 부지와 도시발전의 기회비용에 비해 경제효과가 예상보다 크지 않다면 진해도 새로운 선택을 고민해야 한다. 사관학교 통합이 추진된다면 기존 부지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다른 군 시설을 어떻게 재배치할 것인지, 시민에게 돌려줄 공간은 없는지, 산업·연구·관광 등 새로운 성장동력을 유치할 수 있는지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
사관학교 문제를 단순히 '진해에서 빼앗기느냐, 지켜내느냐'의 문제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 진해가 던져야 할 질문은 오히려 더 현실적이다.
1, 수십만 평의 땅을 군 교육시설로 사용하면서 진해가 실제로 얻고 있는 경제적 이익은 얼마인가?
2, 그 이익이 토지와 도시발전의 기회비용에 비해 충분한가?
3, 그리고 군 시설 재편이 불가피하다면, 그 변화를 진해의 손실이 아니라 새로운 도시발전의 기회로 만들 수는 없는가?
사관학교 통합 논쟁을 계기로 이제는 막연한 경제위기론을 넘어 이 질문에 답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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