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첫 달 월급이 밀렸을 때는 기다렸다.
“다음 달에는 꼭 주겠다”는 말을 믿었다.
그런데 두 달, 석 달이 지나고 결국 5개월치 월급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회사가 문을 닫았다.
이런 일을 당하면 가장 막막한 게 이것이다.
“회사도 망했는데 밀린 월급은 이제 어디서 받아야 하나?”
사업주에게 돈이 없다면 받아낼 방법도 없어 보인다.
하지만 회사가 폐업하거나 도산했다고 해서 밀린 월급을 바로 포기해서는 안 된다.
일정한 요건을 갖추면 국가가 사업주를 대신해 체불임금 등을 지급하는 ‘도산대지급금’ 제도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난 8월 20일부터 이 제도가 크게 달라졌다.
가장 큰 변화는 보호받을 수 있는 기간이다.
기존 도산대지급금은 최종 3개월분의 임금·휴업수당·출산전후휴가기간 중 급여와 최종 3년분의 퇴직급여를 대상으로 했다.
8월 20일부터 임금 등의 지급범위가 최종 6개월분으로 두 배 확대됐다.
이에 따라 전체 도산대지급금 상한도 기존 2100만원에서 3150만원으로 올라갔다. 퇴직급여는 기존과 마찬가지로 최종 3년분이 대상이다.
쉽게 말하면 회사가 망하기 전에 여러 달 월급을 받지 못한 사람일수록 이번 제도 변경의 효과가 커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얼마나 차이가 날까.
고용노동부가 공개한 사례가 이해하기 쉽다.
35세 근로자가 월 350만원을 받다가 5개월 동안 총 1750만원의 임금이 밀린 상태에서 퇴직했다고 가정했다.
예전 제도라면 최종 3개월분만 대상이 되고 연령대별 월 상한액을 적용해 930만원까지 받을 수 있었다.
새 제도를 적용하면 5개월분이 모두 지급범위에 들어가고 같은 상한을 적용해 155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무려 620만원 차이다.
회사 사정을 믿고 몇 달을 기다렸다가 결국 폐업까지 맞은 근로자라면 결코 작은 차이가 아니다.
여기서 가장 많이 오해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최종 6개월분까지 지급대상이 된다’는 것과 ‘밀린 월급 6개월치를 전액 돌려받는다’는 것은 다르다.
도산대지급금에는 연령 등에 따른 상한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월급 500만원을 6개월 못 받았다고 해서 단순히
500만원×6개월=3000만원
을 그대로 지급받는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마찬가지로 기사에서 많이 보이는 ‘최대 3150만원’도 모든 신청자에게 3150만원을 준다는 의미가 아니다.
개인의 체불기간과 임금, 연령, 퇴직급여 등에 따라 실제 지급액은 달라진다.
이것도 아니다.
어느 날 출근했더니 회사 문이 잠겨 있다고 해서 다음 날 자동으로 국가가 밀린 월급을 지급하는 제도는 아니다.
도산대지급금은 법원의 파산선고·회생절차 개시결정이나 일정 요건에 따른 도산 인정 등 법에서 정한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따라서 사업주가 연락되지 않거나 회사가 사실상 문을 닫았다면 혼자 판단해 포기하지 말고, 우선 관할 지방고용노동관서 등을 통해 체불임금과 대지급금 대상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도산대지급금 청구는 인터넷·방문·팩스·우편으로 가능하며 정부24 안내상 처리기간은 총 14일이다.
이 부분도 특히 주의해야 한다.
새 제도가 8월 20일부터 시행됐다고 해서 오래전에 발생한 모든 체불사건이 신청일만 늦추면 자동으로 6개월 기준으로 바뀌는 것은 아니다.
고용노동부가 제시한 사례에서도 5개월 임금이 체불된 근로자의 사업장이 8월 25일 법원의 파산선고를 받는 경우를 예로 들고 있다.
따라서 과거부터 월급이 밀렸거나 이미 폐업한 회사라면 인터넷 글만 보고 판단하기보다는 본인의 사건에 새 기준이 적용되는지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임금은 몇 달 뒤 받아도 되는 돈이 아니다.
월급날이 지나도 월세와 대출이자는 빠져나간다. 카드값과 생활비도 기다려주지 않는다.
그런데 회사 사정을 생각해 한 달만 기다려주려다 두 달, 석 달이 되고 결국 회사가 문을 닫는 경우가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 이번 변화는 상당히 중요하다.
3개월이었던 임금 등의 보호범위가 6개월로 늘었고, 전체 상한도 3150만원으로 높아졌다.
그러니 회사가 폐업했고 월급을 몇 달째 받지 못했다고 해서
“회사도 망했는데 이제 받을 방법이 없겠지.”
라고 먼저 포기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회사 폐업 후 밀린 월급을 못 받고 있다면, 내가 도산대지급금 대상인지부터 확인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