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은 오래 낸 사람이 많이 받는 제도라고 생각하기 쉽다. 매달 꼬박꼬박 보험료를 내고, 그렇게 10년, 20년을 채워 노후를 준비하는 제도라고 여겨왔다.
그런데 최근 국민연금 추후납부, 이른바 ‘추납’ 제도를 둘러싼 논란을 보면 조금 고개가 갸웃해진다.
현행 제도에서는 조건만 맞으면 국민연금 보험료를 실제로 한 달 낸 뒤 과거 미납기간 119개월분을 한꺼번에 추납해 최소 가입기간 120개월을 채우는 것도 가능하다. 물론 아무나 무조건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추납 대상기간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제도상 이런 구조가 가능하다는 사실 자체가 많은 사람에게는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국민연금 노령연금을 받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최소 10년, 즉 120개월의 가입기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120개월을 매달 성실하게 채운 사람과 실제 납부기간은 짧지만 추납으로 상당 부분을 한꺼번에 채운 사람이 같은 ‘10년 가입자’가 되는 구조라면 형평성 논란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번 논란은 외국인 사례에서 시작됐다. 외국인이 짧은 기간 국민연금에 가입한 뒤 장기간 추납을 통해 연금 수급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문제가 커졌다.
그런데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걸 단순히 외국인 문제로만 볼 일도 아니다. 내국인 역시 조건을 갖추면 같은 제도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핵심은 국적이 아니라 ‘얼마나 실제로 보험료를 내왔느냐’와 ‘추납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이냐’에 있다.
추납이라는 제도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꼭 필요한 제도다.
직장을 잃어 보험료를 내지 못했던 사람도 있을 것이고, 육아나 경력단절로 소득이 끊겼던 사람도 있을 것이다. 사업이 어려워 납부를 중단했던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이런 사람이 나중에 다시 경제활동을 하게 됐을 때 과거의 공백을 메워 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문제는 그 길을 어디까지 열어둘 것이냐다.
실제로 보험료를 낸 기간은 아주 짧은데 추납기간이 그보다 몇 배, 몇십 배 길어질 수 있다면 추납이 ‘사회보험의 공백을 메우는 제도’인지, 아니면 연금 수급권을 나중에 돈을 내고 확보하는 수단인지 경계가 흐려질 수 있다.
정부와 국민연금공단도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추납 제도 전반을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현재 최대 119개월인 추납 가능기간을 줄이거나 실제 보험료 납부기간과 추납 가능기간을 연동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 한 달을 냈다면 한 달, 1년을 냈다면 일정 기간까지만 추납을 인정하는 식으로 실제 기여기간과의 균형을 맞추자는 취지다.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당장 “국민연금 추납이 막힌다”거나 “119개월 추납이 폐지된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이번 논란을 계기로 한 가지는 분명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국민연금은 단순한 금융상품이 아니다.
많이 넣고 많이 받아가는 적금도 아니고, 유리한 시점에 돈을 넣어 수익을 얻는 투자상품도 아니다. 일하는 동안 소득의 일부를 함께 부담하고 노후의 위험을 사회 전체가 나누자는 사회보험이다.
그렇다면 제도 역시 오랫동안 꾸준히 보험료를 낸 사람에게 허탈감을 주지 않는 방향으로 설계돼야 한다.
동시에 실직이나 경력단절 등 어쩔 수 없는 이유로 보험료를 내지 못했던 사람에게 다시 기회를 주는 추납의 취지도 살려야 한다.
결국 답은 추납을 없애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가 합리적인 추납인가’를 다시 정하는 데 있을 것이다.
한 달 내고 119개월을 한꺼번에 채울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많은 사람이 “그게 정말 가능해?”라고 되묻는다.
그 질문 자체가 지금 국민연금 추납 제도가 한번쯤 손질돼야 할 이유를 보여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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