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장흥군의 한 동물보호센터.
버려지거나 길을 잃은 동물을 구조하고 보호해야 할 곳이다.
그런데 정부가 직접 현장을 확인해보니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적정 수용능력은 60마리.
실제로 보호하고 있던 동물은 158마리였다.
수용능력의 약 2.6배다.
단순히 동물이 조금 많았다는 정도의 문제가 아니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1일 전남광주특별시와 합동 현장조사를 실시한 결과, 암수와 공격성 등 개체 특성에 따른 분리 수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법적으로 해야 하는 보호공고가 누락된 정황도 확인됐다.
■ 60마리 보호할 곳에 158마리가 있었다
숫자만 놓고 봐도 상황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60마리가 적정하다고 판단된 공간에서 158마리를 관리하려면 한정된 공간과 인력으로 두 배가 훨씬 넘는 동물을 돌봐야 한다.
특히 보호센터에는 성격과 건강 상태가 서로 다른 동물들이 들어온다.
공격성이 있는 동물과 그렇지 않은 동물, 암수, 어린 동물 등을 상황에 따라 분리해 관리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정부 조사에서는 이러한 분리 수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사실도 확인됐다.
■ 냉동창고에 있던 사체도 반출했다
현장조사 이후 정부는 긴급조치에 들어갔다.
보호동물을 대상으로 수의사 검진을 실시하고 외상이나 질병이 확인된 동물은 병원에 입원시켜 치료하도록 했다.
나머지 동물에게도 영양 공급과 위생관리 조치를 했다.
냉동창고에 보관돼 있던 동물 사체는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전량 반출·처리했다.
암수와 공격성 등을 고려한 분리시설과 어린 개를 위한 전용 공간도 설치했다.
현장 관리 인력도 보강하고 보호 중인 동물을 국가동물보호정보시스템에 등록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 “최소 64시간 굶었다” 주장까지 나왔다
이번 일이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동물보호단체가 SNS를 통해 센터 내부 상황을 공개하면서다.
동물보호단체 '유엄빠'는 센터의 개들이 최소 64시간 굶고 있었다고 주장했고, 냉동고에서 사체가 발견됐다는 내용도 공개했다.
이후 논란이 커지면서 국민신문고에도 관련 민원이 접수됐다.
다만 여기서 구분할 부분이 있다.
60마리 적정 시설에 158마리가 보호되고 있었다는 점과 분리 수용 미흡, 보호공고 누락 등은 정부 현장조사를 통해 확인된 내용이다.
반면 ‘최소 64시간 굶었다’는 내용은 동물보호단체가 제기한 주장이다.
두 내용을 동일하게 확정된 사실처럼 다뤄서는 안 된다.
■ 결국 전국 동물보호센터를 들여다본다
이번 사건은 장흥군 한 곳의 문제로 끝나지 않게 됐다.
농식품부는 전국 지방정부 동물보호센터를 대상으로 긴급 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사료와 물은 제대로 공급되는지, 아프거나 다친 동물은 적절하게 관리되는지, 동물별 분리 보호가 제대로 이뤄지는지, 보호공고와 기록 관리는 제대로 하고 있는지 등을 살펴볼 계획이다.
지자체 담당 공무원과 현장 관리자에 대한 교육도 실시한다.
■ 새 보호센터 짓는 데 40억원 지원
장흥군에는 새로운 동물보호센터 건립도 추진된다.
정부는 반려동물인프라구축 사업을 통해 총사업비 40억원 규모의 신규 센터 건립을 지원할 계획이다.
국비 40%, 지방비 60%가 투입되는 방식이다.
시설을 새로 짓는 것은 필요하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단순히 시설이 좁아서 발생한 문제로만 끝내서는 안 될 것이다.
왜 적정 수용능력이 60마리인 시설에 158마리가 들어갈 때까지 제대로 관리되지 않았는지부터 따져봐야 한다.
보호공고 누락과 개체관리 문제는 시설을 새로 짓는다고 저절로 해결되는 문제도 아니다.
■ 이름만 ‘보호센터’여서는 안 된다
유기동물에게 동물보호센터는 마지막으로 기댈 수 있는 곳일 수 있다.
주인을 잃고 거리에서 구조돼 들어온 동물이 그곳에서 다시 열악한 환경을 견뎌야 한다면 ‘보호’라는 이름이 무색해진다.
이번 사건에서 눈여겨볼 부분도 바로 이것이다.
장흥에서 문제가 터지자 전국 센터를 점검하는 것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전국의 동물보호센터가 실제 수용능력을 얼마나 초과하고 있는지, 동물을 돌볼 인력은 충분한지, 지자체가 제대로 관리·감독하고 있는지까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번 전수점검에서 별다른 문제가 나오지 않는다면 다행이다.
그러나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발견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때는 장흥군 한 곳의 관리 부실이 아니라 우리나라 유기동물 보호체계 자체를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
동물을 구조하는 것만으로 보호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구조한 뒤 제대로 먹이고, 치료하고, 안전하게 지켜주는 것까지가 보호다.
동물보호센터라는 이름에 정말 ‘보호’가 있었는지, 이번에는 전국적으로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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