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진해신항 20년, 물류허브는 성공했는데 진해경제는 달라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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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진해신항 20년, 물류허브는 성공했는데 진해경제는 달라졌나

신항은 성공했는데, 지역경제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신항은 성공했는데, 진해경제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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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진해신항 전경. 대한민국 최대 컨테이너 항만으로 성장했지만, 지역경제에 미친 효과에 대해서는 다양한 평가가 나오고 있다.)

 

언뜻 승용차를 타고 부산신항 일대를 지나갈 때만 해도 끝없이 늘어선 컨테이너와 대형 물류시설을 보며 '엄청난 경제효과가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최근 화물운송 일을 하면서 부산신항과 배후물류단지를 직접 드나들게 되자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신항 배후부지에는 대형 물류센터가 끝없이 들어서 있고 광대한 면적을 차지하고 있다. 수십 개의 물류기업이 입주해 있는데도 왜 진해 경제는 여전히 어렵다는 이야기가 끊이지 않을까. 부산신항과 가장 가까운 용원지역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직접 현장에서 일을 해보니 어느 정도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현장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것은 대형 창고와 컨테이너, 화물차와 지게차다. 물론 창고관리와 검수, 배차, 사무직 등 다양한 직무가 존재한다. 하지만 현장에서 체감하는 모습은 정치권이 이야기하는 '경제 대도약'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물론 이것은 기자 개인이 현장에서 느낀 경험일 뿐이다. 부산신항 전체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객관적인 통계와 연구가 필요하다. 그러나 적어도 '물류단지가 들어오면 지역경제가 자연스럽게 살아난다'는 공식은 다시 한번 검증해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산신항은 국가적으로 분명 성공한 사업이다. 대한민국 최대 컨테이너 항만으로 성장했고 국가 물류 경쟁력 향상에도 크게 기여했다. 앞으로 진해신항까지 완성되면 세계적인 항만 클러스터가 형성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치권 역시 선거 때마다 부산신항과 진해신항을 이야기하며 '동북아 물류허브', '국제물류특구', '트라이포트', '경제 대도약', '수만 개의 일자리 창출'을 약속한다.

 

이러한 비전 자체를 부정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국가사업의 성공과 지역 주민이 체감하는 경제효과는 반드시 같은 의미는 아니다. 이제는 "부산신항 20년 동안 진해는 얼마나 달라졌는가"라는 질문에도 답해야 할 시점이다.

 

공개된 연구자료를 보면 부산신항 배후단지에는 많은 물류기업이 입주해 있지만 상당수는 물류센터와 창고 운영 중심이다. 물류산업은 국가경제에 반드시 필요한 산업이지만 산업 구조를 보면 제조업과는 차이가 있다. 제조업은 연구개발과 생산기술, 설계, 품질관리, 영업 등 다양한 분야의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반면 물류센터는 보관과 분류, 운송, 재고관리 기능이 중심이며 자동화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이 때문에 학계에서도 부산신항 배후단지가 단순 물류 기능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제조업과 고부가가치 산업을 함께 유치해야 한다는 지적을 꾸준히 하고 있다. 실제로 부산항만공사도 기존 배후단지가 단순 보관 기능 중심이라는 한계를 인정하고 제조 기능과 부가가치가 높은 기업을 확대 유치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한 바 있다.

 

지역경제는 기업 수만으로 살아나지 않는다. 결국 지역경제를 움직이는 것은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소득과 소비다. 물류단지에 수많은 기업이 입주해도 그곳에서 일하는 근로자와 운송 종사자들이 안정적인 소득을 얻지 못한다면 지역경제의 파급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지역경제는 돈이 지역 안에서 순환할 때 살아난다.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직원과 운송 종사자, 협력업체 종사자들이 지역 식당을 이용하고 지역 상가에서 소비하며 지역에 정착할 수 있어야 비로소 물류단지의 경제효과가 시민들에게 전달된다. 결국 중요한 것은 물류기업이 몇 개 들어왔느냐가 아니라 그 기업들이 지역에 얼마나 많은 소득과 소비를 남기느냐다.

 

정치권은 투자 규모와 물동량, 입주기업 수를 강조한다. 그러나 시민들이 궁금한 것은 다른 숫자다. 부산신항으로 인해 진해 주민은 얼마나 취업했는지, 청년들이 일할 만한 양질의 일자리는 얼마나 늘었는지, 지역 상권은 얼마나 성장했는지, 지역에 남는 부가가치는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답이다. 의외로 이러한 질문에 명확하게 답하는 자료는 쉽게 찾기 어렵다. 기업 수와 물동량은 발표되지만 지역 주민이 실제 얼마나 혜택을 받았는지를 보여주는 자료는 부족하다.

 

부산신항이 국가경제에 기여한 성과는 충분히 알려져 있다. 이제는 지역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도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진해의 미래를 신항 하나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신항은 분명 지역 발전의 중요한 성장동력이 될 수 있지만 그것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만능 열쇠는 아니다. 진해는 신항과 함께 첨단 제조업,조선,방위산업, 해양산업, 연구개발(R&D), 관광, 문화콘텐츠 등 다양한 산업을 함께 육성해야 한다. 하나의 산업에만 지역의 미래를 거는 도시는 외부 환경 변화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신항은 진해 발전의 중요한 축이지만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

 

진해신항은 단순히 항만을 하나 더 만드는 사업에 그쳐서는 안 된다. 신항 개발을 계기로 오랫동안 해결하지 못했던 진해의 도시 문제까지 함께 풀어가는 종합적인 발전 전략이 필요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덕산비행장이다.

덕산비행장은 오랫동안 진해 발전의 걸림돌 가운데 하나로 지적돼 왔다. 고도제한으로 인해 주변 지역 개발에 제약이 있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부산신항과 진해신항 배후부지는 대부분 저층의 물류시설과 야적장으로 조성되고 있다. 그렇다면 항공 안전성과 군사적 운용, 경제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다는 전제 아래, 신항 개발과 연계한 새로운 공간 활용 방안은 없는지 국가 차원의 논의도 시작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는 단순히 이전이 가능하다고 단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군사적 필요성과 항공 안전, 사업비 등 충분한 검토가 선행되어야 한다.

대규모 국책사업은 단순히 시설을 건설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지역이 오랫동안 안고 있던 구조적인 문제까지 함께 해결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부산신항은 국가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다. 진해신항 역시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중요한 사업이다. 그러나 지역 주민의 입장에서 개발사업의 성공은 컨테이너 처리량만으로 평가할 수 없다.

지역발전은 물동량이 아니라 지역에 남는 소득과 좋은 일자리, 그리고 시민들이 체감하는 삶의 변화로 평가받아야 한다.

 

부산신항 20년은 이제 냉정하게 평가받아야 한다. 그 성과와 한계를 객관적으로 분석해야만 진해신항이 같은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다. 부산신항이 실제로 지역에 무엇을 남겼는지를 검증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진해의 미래를 설계해야 할 시점이다.

 

신항은 진해 발전의 중요한 축이다. 그러나 진해의 미래는 신항 하나가 아니라 다양한 산업과 도시 경쟁력이 함께 성장할 때 비로소 완성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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