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해 구시내를 다니다 보면 주택 바로 옆으로 철길이 붙어 있는 곳이 적지 않다.
지금은 군수물자를 실은 열차가 자주 다니지 않아 평소에는 철길의 존재를 크게 의식하지 않는다.
그래서 처음 CTX-진해선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오히려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여기로 신항 화물열차가 수시로 다니겠다는 건가?”
만약 기존 사비선에 화물열차가 자주 다닌다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열차가 지날 때마다 건널목을 통제해야 하고, 주택가에서는 소음과 진동이 커질 수 있다. 지금처럼 가끔 지나가는 군용열차와 하루에도 여러 차례 운행할 수 있는 화물열차는 주민 입장에서 전혀 다른 문제다.
그런데 내용을 더 확인해보니 창원시가 추진하는 방향은 달랐다.
현재 구도심을 지나는 사비선을 그대로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CTX-진해선을 건설해 기존 사비선을 대체하는 구상이다. 창원시는 CTX-진해선을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반영해 진해신항과 가덕도신공항, 기존 철도축을 연결하고 군수물자와 대형 화물도 운송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

사비선이 사라진다면 구도심에는 반가운 일
현재 사비선은 1960년대 산업용 화물철도로 건설된 뒤 군수물자 수송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약 70년 된 철도가 진해 구도심을 관통하면서 노후화와 안전 문제뿐 아니라 도시 단절을 일으켜왔다는 것이 창원시의 설명이다.
강기윤 창원시장도 올해 선거 과정에서 사비선을 전면 철거하고 대체 노선인 CTX-진해선을 구축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당시에는 사비선 부지를 도로망 확충과 공원 등 주민시설로 활용하겠다는 구상까지 제시했다. CTX-진해선 사업비는 약 1조6680억원 규모로 제시됐다.
그대로 추진된다면 진해 구도심 주민 입장에서는 반가운 일이다.
오랫동안 주택가와 도로 사이를 가로질러온 철길이 사라지고 단절됐던 도시공간을 다시 연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비선을 없앤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오히려 새로운 궁금증이 생겼다.
“그럼 새 CTX-진해선은 어디로 지나가는가?”
신항 화물·군수물자까지 싣는 철도라면 더 중요하다
CTX-진해선은 단순한 소규모 철도가 아니다.
창원시는 진해신항과 가덕도신공항, 기존 철도망을 연결해 물류 경쟁력을 높이는 철도로 추진하고 있다.
군과의 협의에서는 설계 단계부터 무거운 군수물자와 대형 화물을 운송할 수 있는 시설요건을 갖추는 방안까지 논의됐다.
그렇다면 기존 사비선과는 운행 성격이 상당히 달라질 수 있다.
진해신항에서 발생하는 화물까지 처리한다면 열차 운행 규모와 빈도 역시 지금의 군용 사비선과 같다고 보기 어렵다.
그래서 노선이 중요하다.
새 철도가 또 다른 주거지역 가까이를 지나간다면 사비선에서 발생했던 소음·진동·도시 단절 문제가 장소만 옮겨갈 수도 있다.
특히 지상 노선으로 도로와 교차한다면 건널목과 차량통행 문제까지 생길 수 있다.
주민이 궁금한 건 거창한 ‘트라이포트’보다 노선이다
창원시는 CTX를 ‘창원형 트라이포트 급행철도’라고 설명한다.
진해신항과 가덕도신공항, 철도를 연결해 창원을 글로벌 물류허브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필요성은 이해한다.
하지만 진해에서 실제 생활하는 주민 입장에서는 ‘글로벌 물류허브’보다 먼저 궁금한 것이 있다.
새 철길이 어디로 지나가는가.
지상으로 가는가, 지하로 가는가.
주택가와는 얼마나 떨어지는가.
도로와 몇 군데에서 교차하는가.
화물열차는 하루 몇 차례 운행할 것으로 예상하는가.
이런 내용이 훨씬 현실적인 문제다.
현재 공개된 창원시 발표는 국가철도망 반영과 물류·군수 수송 필요성에 집중돼 있고, 세부 노선과 주민 생활권에 미칠 영향은 아직 충분히 설명되지 않은 상태다.
사비선 문제 해결하면서 같은 문제를 새로 만들면 안 된다
CTX-진해선이 사비선을 대체할 수 있다면 사업 자체를 반대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오랫동안 진해 구도심을 가로막았던 사비선을 걷어내고, 군수물자와 신항 화물을 새로운 철도로 옮길 수 있다면 진해에는 필요한 사업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한 가지 원칙은 분명해야 한다.
사비선의 주민 불편을 해결하기 위해 만든 철도가 다른 동네에 똑같은 불편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
노선이 결정된 뒤 주민에게 알려주는 방식보다 국가철도망 반영과 노선 검토 단계부터 가능한 노선과 생활권 영향을 충분히 공개하고 의견을 들을 필요가 있다.
그리고 사비선이 실제 폐선된다면 기존 철도부지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도 CTX-진해선과 함께 논의해야 한다.
도로와 공원, 보행공간 등으로 활용한다면 진해 구도심을 다시 연결할 수 있는 드문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진해 주민이 먼저 물어야 할 한마디
CTX-진해선은 아직 국가철도망 반영을 추진하는 단계다.
창원시는 국회와 군을 잇따라 찾아 사업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이 오히려 묻기 좋은 시점이다.
사비선이 없어진다는 것만 듣고 좋아하기에도, 새 화물철도라는 말만 듣고 걱정하기에도 아직 이르다.
먼저 알아야 한다.
“새 CTX-진해선은 정확히 어디로 지나갑니까?”
70년 가까이 철도로 도심이 나뉘어 있었던 진해라면 더더욱 이 질문을 먼저 해야 한다.
낡은 철도를 걷어내면서 새로운 철도로 또 다른 동네를 갈라놓는 일은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