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사 이전 논쟁하다 “죄명이가”…국민의힘, 김이근 의원 개인 사과로 끝낼 일인가
  • 해당된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고및사설

해사 이전 논쟁하다 “죄명이가”…국민의힘, 김이근 의원 개인 사과로 끝낼 일인가

해군사관학교 이전 문제는 찬반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해사가 진해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이전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진해는 오랫동안 군사시설로 인해 도시개발과 해안 접근에 적지 않은 제약을 받아왔다. 해사가 이전한다면 무엇을 잃는지만 따질 게 아니라, 그 부지를 시민에게 돌려주고 진해 발전의 새로운 기회로 만들 수 있는지도 함께 따져봐야 한다. 중요한 것은 ‘해사를 빼앗기느냐’가 아니라 어떤 선택이 진해의 미래에 더 도움이 되느냐다.

 

그런데 이 중요한 정책 논쟁이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버렸다. 경남도의회 단체대화방에서 국민의힘 김이근 의원이 이재명 대통령을 지칭하며 “죄명이가 제 스스로 무덤을 파고 있네요”라는 표현을 사용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다. 논란이 커지자 김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만 있는 단톡방으로 착각했다고 해명했고 민주당 측에 사과한 뒤 도의회 윤리위원장직에서도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

하지만 여기서 묻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의힘 단톡방이었다면 대통령을 ‘죄명이’라고 불러도 괜찮다는 것인가. 이번 사안에서 더 문제로 보이는 것은 오히려 “국민의힘 단톡방인 줄 알았다”는 해명이다. 이 말대로라면 잘못은 대통령을 그런 식으로 부른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말을 ‘잘못된 방’에 올린 데 있다는 식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적 비판은 얼마든지 세게 할 수 있다. 대통령의 정책이 잘못됐다고 판단하면 잘못됐다고 하면 된다. 해군사관학교 이전이 진해에 피해를 준다고 생각한다면 그 근거를 제시하면 되고, 반대로 이전이 진해 발전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본다면 그 논리를 펼치면 된다. 그게 정치이고 의회의 역할이다. 그러나 대통령 이름을 비틀어 ‘죄명이’라고 부르는 순간 정책 논쟁은 사라지고 조롱만 남는다.

 

fe91c746-ddeb-4924-80be-7bdddc236bd3 (1).png

 

정치인은 사적인 자리에서도 결국 공적인 책임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특히 지역 현안을 놓고 의견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나온 표현이라면 더 그렇다. 시민들은 정치인의 정책 판단뿐 아니라 그 사람이 어떤 언어로 상대를 대하는지도 함께 본다. 상대 정당과 대통령을 비판하는 것과 비하하는 것은 분명히 다르다. 강한 비판은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조롱과 멸칭이 정치의 기본 언어가 되어서는 안 된다.

 

더구나 김 의원은 당시 경남도의회 윤리위원장을 맡고 있었다. 다른 의원들의 품위와 윤리 문제를 다루는 자리에 있던 사람이 대통령을 비하하는 표현을 사용했다면 단순한 실수로 넘길 일인지 의문이 든다. 윤리위원장 사퇴 의사를 밝힌 것은 필요한 조치일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 책임이 끝났다고 보기 어렵다.

 

국민의힘도 침묵해서는 안 된다. 김 의원 개인이 사과했으니 끝났다고 할 일이 아니다. 특히 “국민의힘 단톡방으로 착각했다”는 해명까지 나온 만큼, 국민의힘 경남도당은 대통령을 이런 식으로 부르는 것이 당 내부에서 용인되는 표현인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 아니라면 정당 차원의 사과와 책임 있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

 

정당은 소속 정치인의 언행과 완전히 무관할 수 없다. 개인의 실수라고 선을 긋기 전에, 당 내부에서도 이런 표현을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당 차원의 분명한 입장이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잘못된 표현은 잘못됐다고 선을 긋는 것이 오히려 정당의 책임 있는 태도다.

 

민주당 역시 이 사건을 상대 정당 공격에만 이용해서는 안 된다. ‘죄명이’라는 표현이 부적절하다고 해서 해군사관학교 이전 반대가 자동으로 옳아지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해사 이전에 찬성한다고 해서 대통령 비하 표현까지 용인해야 할 이유도 없다. 두 문제는 분리해서 봐야 한다.

 

이번 논란은 김이근 의원 개인의 사과와 윤리위원장 사퇴만으로 끝낼 일이 아니다. 특히 “국민의힘 단톡방으로 착각했다”는 해명까지 나온 만큼 국민의힘도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대통령을 ‘죄명이’라고 부르는 것이 당 내부에서는 용인되는 표현인지, 아니라면 국민의힘 경남도당 차원의 사과와 책임 있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정치권은 본질에도 답해야 한다. 해군사관학교가 진해에 남아야 한다면 왜 남아야 하는지, 이전한다면 진해가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정치인들이 시민 앞에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막말과 감정적인 구호가 아니라 진해의 미래를 놓고 제대로 된 논리로 답할 때다.

 
 
 

관련기사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