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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신천지 신도들의 정당 집단가입 논란을 보면서 오래전 일이 자꾸 떠오른다.
나 역시 신천지와 연결된 사람들로부터 두 차례 접근을 받은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는 10여 년 전이었다.
알고 지내던 역사 선생님이 한 분 있었다. 진보 성향이 강했던 분인데,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뒤 어느 순간부터 그 선생님의 부인이 내게 계속 전화를 걸어왔다.
“할 말이 있다”며 만나자고 했다. 한두 번이 아니었다.
통화를 이어가다 보니 종교적인 이야기도 나오기 시작했다.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주변 사람들에게 알아봤고, 그 과정에서 그분이 신천지와 관련돼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뒤에는 만나지 않았다.
그때는 그것으로 끝난 줄 알았다.
두 번째는 ‘종교’가 아니라 ‘평화운동’이었다
시간이 많이 흘렀다.
2024년 더불어민주당 진해지역위원회 사무국장을 맡은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과거 민주당 선거운동에 참여했던 사람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통일과 평화운동을 하는 시민단체인데 민주당에서도 관심을 갖고 협조해줬으면 한다는 취지였다.
처음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니 크게 의심할 이유가 없어 보였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통일 그림 행사를 하고 평화운동도 한다고 했다.
나도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돌이켜보면 당시 내 경계심을 상당히 낮춘 요소가 하나 있었다.
그들 행사에 국민의힘 소속 전직 경남도의원이 참석했다는 사실이었다.
주최 측은 그 정치인의 참석을 꽤 강조했다.
“국민의힘에서도 이런 분이 함께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나 역시 특정 정당이나 종교단체에 치우친 조직이라기보다 여야 인사들이 함께할 수 있는 평범한 시민운동단체라고 생각했다.
‘국민의힘 쪽 인사도 참석하는데 무슨 문제가 있겠나.’
솔직히 나도 그렇게 받아들였다.
그래서 행사에도 참석했고, 좋은 활동이라면 민주당 차원에서도 협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몇 차례 더 만났다.
그리고 중앙행사 참석 요청까지 받았고, 나 역시 참석하는 것으로 이야기했다.
“도대체 누가 이 행사를 하는 거지?”
그러던 중 이상하게 한 가지가 계속 마음에 걸렸다.
“이 단체는 누가 만들었고, 누가 후원하고, 중앙행사에는 누가 오는 걸까.”
조금 더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이 관련 행사에 참석한다는 사실과 신천지와의 연관성이 있다는 정황을 접했다.
결국 중앙행사에는 참석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후 관계도 끊었다.
돌이켜보면 무서웠던 것은 처음부터 “우리는 신천지다”라고 접근한 것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첫 번째는 오래 알고 지낸 사람의 가족이었다.
두 번째는 통일·평화, 아이들의 그림행사, 시민운동이었다.
누구나 쉽게 좋은 일이라고 생각할 만한 명분이었다.
조금만 더 확인하지 않았다면 나도 중앙행사에 참석했을 것이다.
사진도 찍혔을 것이다.
그리고 그 사진이 나중에 어떤 식으로 사용됐을지는 알 수 없다.
국민의힘 정치인의 참석이 내게 ‘신뢰’가 됐다
이 부분은 지금도 생각하게 된다.
당시 국민의힘 소속 전직 경남도의원이 행사에 참석했다고 해서 그 정치인이 신천지와 연관돼 있었다는 뜻은 아니다.
그 역시 행사 취지만 보고 참석했을 수 있다.
하지만 내 경험에서 분명한 것은 하나다.
그 정치인의 참석 사실이 나에게는 그 단체를 믿게 만드는 하나의 신뢰 장치처럼 작용했다.
“저 사람도 갔는데 괜찮겠지.”
정치인 한 명이 행사에 참석하는 것은 단순히 자리를 채우는 일이 아닐 수 있다.
그 사진과 참석 사실이 또 다른 사람의 경계심을 낮추는 데 쓰일 수 있다는 것을 나는 그때 경험했다.
선거에서 떨어지고 나니 자꾸 드는 생각
그리고 나중에 직접 선거를 치르고 나서는 더 불편한 생각까지 들기 시작했다.
선거를 치러본 사람이라면 안다.
몇백 표, 몇천 표가 얼마나 절실한지.
나 역시 선거에서 상당한 지지를 받고도 결국 낙선했다.
그 이후 가끔, 아니 솔직히 말하면 자꾸 이런 생각이 든다.
“그때 내가 그 사람들과 관계를 끊지 않고 계속 협조했다면 내 선거 결과도 달라졌을까.”
물론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들이 실제로 몇 표를 움직일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들과 관계를 이어갔다고 내가 당선됐을 것이라고 말할 근거는 더더욱 없다.
그럼에도 그 생각이 떠오른다.
그리고 바로 그 생각 때문에 최근의 신천지 정당가입 문제가 더 무섭게 느껴진다.
정치인에게 ‘조직표’는 강한 유혹이다
정치인이 선거를 앞두고 있을 때 일정한 숫자의 사람이 조직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고 말하는 집단이 접근한다면 어떨까.
특히 경선은 투표 참여자가 일반 선거보다 훨씬 적은 경우가 많다.
수십 명, 수백 명의 조직된 당원이 결과에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최근 실제 수사에서도 그런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정교유착 비리 합동수사본부는 25일 올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신천지 신도 30여 명을 민주당에 가입시킨 혐의로 신천지 경기북부 조직 관계자와 특정 민주당 고양시장 예비후보 지지자를 기소했다. 수사당국은 후보 지지와 종교시설 관련 민원 해결을 연결한 당원 모집 요청이 있었다고 보고 있다.
국민의힘 관련 사건은 규모가 훨씬 컸다.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은 2021~2024년 국민의힘 대선·총선 경선 등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신도들에게 당원 가입을 강요한 혐의로 구속기소됐고, 합수본은 최소 5만6천472명이 관련됐다고 보고 있다. 다만 이는 현재 재판 중인 혐의라는 점도 분명히 해야 한다.
이 정도 숫자라면 정치인이 왜 조직화된 집단의 접근을 경계해야 하는지 설명이 필요 없다.
“그때 협조했으면…”이라는 생각 자체가 무섭다
나는 결국 관계를 끊었다.
하지만 선거에서 떨어진 뒤 “그때 협조했다면 혹시 결과가 달라졌을까”라는 생각이 떠오르는 나 자신을 보면서 오히려 문제의 본질을 조금 더 이해하게 됐다.
정치인은 선거에서 이기고 싶다.
정당은 당원을 늘리고 싶다.
조직은 자신의 요구를 정치에 반영하고 싶다.
세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 위험한 거래가 시작될 가능성이 생긴다.
처음부터 노골적으로 “우리가 표를 줄 테니 이것을 해달라”고 할 필요도 없다.
행사에 한번 참석하고, 사진을 찍고, 관계를 만들고, 좋은 일을 함께하자는 명분으로 몇 번 만나면서 거리가 조금씩 가까워질 수 있다.
정치인이 스스로 경계하지 않으면 어느 순간 ‘좋은 시민단체와의 협력’과 ‘조직적 정치 영향력’의 경계가 흐려질 수도 있다.
문제는 국민의힘이냐 민주당이냐가 아니다
최근 사건을 보면 신천지 정당가입 논란은 특정 정당 하나만의 문제라고 보기 어렵다.
국민의힘 관련 혐의가 수만 명 규모로 재판에 넘겨졌고, 민주당 지방선거 경선과 관련해서도 30여 명의 당원 모집 혐의가 기소됐다. 다만 수사당국은 이번 고양시장 사건에서 추가적인 민주당·신천지 관계자의 공모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문제를 “어느 당이 신천지와 더 가까웠나”라는 정치공방으로만 소비해서는 안 된다.
종교인은 당연히 정치에 참여할 자유가 있다.
신천지 신도라고 해서 개인적으로 정당에 가입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도 아니다.
문제는 개인의 자유로운 정치 참여가 아니라 조직의 지시에 따라 집단적으로 당원에 가입하고 경선 결과에 영향을 미치려 하는 행위다.
그 조직이 종교단체든 시민단체든 다른 이해집단이든 마찬가지다.
나는 두 번 겪었고, 이제 질문이 달라졌다
첫 번째 접근에서는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알아봤다.
두 번째에는 시민운동이라고 생각해 실제로 몇 차례 함께했다가 뒤늦게 배경을 확인하고 관계를 끊었다.
그리고 직접 선거까지 치른 지금은 질문이 하나 더 생겼다.
“내가 그때 계속 협조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그들이 내 선거를 도와줬을지는 모른다.
도왔다고 당선됐을지도 모른다.
아무 영향도 없었을 수도 있다.
확인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정치인이 그런 상상을 하게 되는 순간 자체가 조직표가 가진 유혹의 힘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은 특정 정치인을 손가락질하는 일이 아니다.
정당들이 외부 조직의 집단가입을 얼마나 걸러낼 수 있는지, 경선제도가 이런 조직표에 얼마나 취약한지, 정치인은 시민단체나 각종 조직과 관계를 맺을 때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부터 따져봐야 한다.
나 역시 완벽하게 피했던 것이 아니다.
조금만 더 확인하지 않았다면 나도 그 행사장 한가운데 앉아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선거를 치른 뒤에는 잠시 이런 생각까지 했다.
“그때 그 관계를 유지했으면 나도 당선되지 않았을까.”
바로 그래서 더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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