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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육·해·공군 사관학교 통합을 추진하면서 창원 정치권에서는 보기 드문 광경이 펼쳐지고 있다.
평소 정치적 사안마다 대립하던 여야가 해군사관학교 문제에서는 사실상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해군사관학교는 진해에 남아야 한다.”
최근 언론이 창원지역 국회의원들의 입장을 확인한 결과 여야를 막론하고 해군사관학교의 진해 존치를 주장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이재명 정부의 사관학교 통합 정책에 반대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이상할 것이 없다. 야당은 정부 정책을 비판하고 견제할 수 있으며 지역의 반대 여론을 대변하는 것도 자연스럽다.
눈여겨볼 대목은 집권여당인 민주당과 진보진영 정치권의 움직임이다.
더불어민주당 허성무 국회의원도 해군사관학교 진해 존치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허 의원은 국방부 장관과 대통령실 정무수석에게 해사 존치 필요성과 지역의 반대 여론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진해지역위원회 역시 정부에 해군사관학교 통합·이전 방안을 전면 재검토하고 지역사회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진보당 정혜경 의원도 사관학교 통합의 취지에는 동의하면서도 해군사관학교를 진해에서 이전하는 것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결국 해군사관학교 이전 문제만 놓고 보면 창원에서는 국민의힘과 민주당, 진보당의 경계가 사실상 사라진 셈이다.
물론 지역 정치인이 지역민심을 대변하는 것은 당연하다.
해군사관학교는 오랫동안 진해와 함께해 왔고 역사성과 상징성도 크다. 갑작스러운 이전 논의에 시민들이 반발하고 정치인들이 그 목소리를 정부에 전달하는 것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다.
그러나 정치가 지역 여론을 그대로 따라가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
사관학교 통합 논의의 출발점에는 단순한 학교 이전이 아니라 육·해·공군의 합동성 강화와 군 교육체계 개편이라는 국가적 과제가 놓여 있다.
그렇다면 정치권이 먼저 판단해야 할 것은 ‘해군사관학교가 진해에 남느냐 떠나느냐’가 아니라 ‘사관학교 통합이 대한민국 군의 미래를 위해 필요한 개혁인가 아닌가’ 하는 문제다.
특히 집권여당인 민주당에는 더 무거운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대통령과 같은 당이라고 정부 정책에 무조건 찬성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잘못된 정책이라면 여당 정치인이 먼저 반대할 수도 있다.
그러나 반대한다면 이유와 대안이 있어야 한다.
사관학교 통합 자체가 잘못됐다고 보는 것인지, 통합은 필요하지만 대전으로의 이전이 잘못됐다는 것인지, 아니면 육·공사는 통합해도 해사는 진해에 그대로 두자는 것인지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
특히 민주당 진해지역 정치권은 현대전 변화에 따른 국방개혁과 통합교육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해군사관학교 이전에는 반대하고 있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다음 질문이 나온다.
통합교육은 필요하지만 해사는 옮겨서는 안 된다면, 사관학교 통합을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한다는 것인가?
‘진해 존치’만으로는 이 질문에 답할 수 없다.
이 지점에서 ‘친명’이라는 말도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선거 때 이재명 후보의 당선을 위해 뛰고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을 내거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외치는 것 역시 어렵지 않다.
그러나 정부가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면서 개혁을 추진할 때는 상황이 달라진다.
지역 여론이 반대한다고 곧바로 정부 정책과 거리를 둔다면 ‘친명’이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가?
친명은 선거 때 이재명이라는 이름을 앞세우는 것으로 증명되는 것이 아니다.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의 옳고 그름을 따져보고 필요한 개혁이라면 주민들에게 그 필요성을 설명하며, 지역에 피해가 예상된다면 정부를 상대로 그 이상의 대책을 받아내는 것도 집권여당 정치인의 역할이다.
진보당 정혜경 의원의 경우는 성격이 조금 다르다.
진보당은 사관학교 통합 자체에는 찬성하는 입장을 밝혔고 정 의원 역시 통합 취지에는 동의하면서 해군사관학교의 진해 이전에는 반대하고 있다.
그렇다면 정 의원에게도 질문은 남는다.
통합은 찬성하면서 해사는 진해에 남겨야 한다면 통합사관학교를 어떤 형태로 운영해야 하는가?
결국 국민의힘이든 민주당이든 진보당이든 ‘해사 이전 반대’ 다음에 무엇을 할 것인지 답해야 한다.
모든 지역이 자기 지역의 군부대와 공공기관은 절대로 옮겨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면 국가 차원의 개혁과 재배치는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지역 정치의 역할은 자기 지역에 있는 것을 무조건 지키는 것만이 아니다.
국가적으로 필요한 변화라면 그 변화 속에서 지역이 무엇을 내주고 무엇을 얻을 것인지 정부와 협상하고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내는 것 역시 지역을 위한 정치다.
지금 창원 정치권에서 필요한 경쟁은 누가 더 크게 ‘해사 이전 반대’를 외치느냐가 아니다.
사관학교 통합이 대한민국 군의 미래를 위해 필요한 개혁인지 판단하고, 필요하다면 그 변화 속에서 진해의 미래를 어떻게 새롭게 설계할 것인지 대안을 놓고 경쟁해야 한다.
그리고 집권여당 정치인들에게는 한 가지 질문을 더 던지고 싶다.
선거 때는 모두 ‘친명’을 말하면서 정작 이재명 정부가 어려운 개혁에 나섰을 때 지역 여론 뒤에 서는 것이 과연 책임 있는 여당 정치인의 모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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