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혜인 청문회 , 이게 검증인지 무조건 찍어서 털기인지
장관 후보자라면 당연히 검증받아야 한다. 재산도 봐야 하고 과거 행적도 살펴야 한다.
배우자와 돈이 오간 과정에 문제가 있다면 그것도 따져야 한다.
공직을 맡으려는 사람에게 일반인보다 높은 도덕성과 책임을 요구하는 것도 당연하다.
그런데 최근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을
계속 지켜보다 보니 한 가지 생각이 자꾸 든다.
이 정도면 정말 장관 후보자를 검증하는 것일까.
아니면 한번 찍힌 사람에게 뭐라도 나올 때까지 계속 털어보자는 것일까.
용혜인 후보자를 둘러싸고 의원직과 장관직 겸직 문제부터 배우자 박기홍 씨 관련 논란,
기본소득당 운영 문제와 이른바 언더조직 의혹 등 여러 사안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하나의 의혹이 나오면 그 의혹을 확인하기도 전에 또 다른 이야기가 나오고,
다시 남편 이야기가 나오고, 주변 사람들의 과거까지 거론되는 식이다.
물론 이 가운데 실제로 확인해야 할 사안은 분명히 있다.
돈 문제가 있다면 돈의 흐름을 확인하면 된다.
법을 위반했다는 의혹이 있다면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지를 따지면 된다.
배우자와 관련해 이해충돌이 의심된다면 그것도 검증하면 된다.
하지만 여기서 반드시 구별해야 할 것이 있다.
▶ 의혹이 제기됐다는 것과 의혹이 사실로 확인됐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고발됐다고 유죄가 되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 제보했다고
그 내용이 곧바로 사실이 되는 것도 아니다.
최근 용혜인 후보자와 관련된 보도를 보면
이 경계가 점점 흐려지는 것처럼 느껴진다.
나도 처음에는 장관 후보자니까 이 정도 검증은 당연한 것 아닌가 생각했다.
그런데 계속 새로운 이야기가 붙고 남편과 주변 사람들까지 범위가 넓어지는 것을 보면서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정말 장관 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지를 검증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이미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고 결론을 내려놓고
그 결론을 뒷받침할 재료를 계속 찾고 있는 것인지 묻게 된다.
■ 이런 식이면 앞으로 누가 장관을 하려고 할까
이 문제는 용혜인 한 사람으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앞으로 어떤 사람이 장관 후보자로 지명되더라도 똑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다.
후보자로 지명되는 순간 10년 전 20년 전 일까지 다시 나오고
가족과 친척 주변 사람들의 일까지 뒤져진다고 생각해보자.
더 걱정스러운 것은 제보다.
사회생활을 오래 한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관계가 틀어진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직장에서 다툰 사람이 있을 수도 있고
사업하면서 갈등을 겪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정치인이라면 정치적으로 원한을 가진 사람은 훨씬 많을 수밖에 없다.
그런 사람이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다는 소식을 듣고 제보를 한다면 어떻게 될까.
물론 제보는 필요하다.
내부자가 아니면 알 수 없는 비리를 밝히는 데
제보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제보가 들어왔다는 것과
제보 내용이 사실이라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 제보는 검증의 출발점이어야지 유죄의 증거가 되어서는 안 된다.
누군가 한마디 제보하면 정치권이 의혹을 제기하고 언론이 이를 받아쓰고 ▶ 정부지원금 확인하기
다시 인터넷에서 확대되는 구조가 반복된다면
당사자는 사실관계가 밝혀지기도 전에
이미 문제가 많은 사람으로 낙인찍힐 수 있다.
나중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진다고 해도
이미 만들어진 이미지는 쉽게 없어지지 않는다.
이런 문화가 굳어진다면 오히려 능력 있는 사람들이
공직을 피하는 역설이 생길 수도 있다.
평생 살아오면서 아무런 논란도 없고
주변 사람 가운데 문제 될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으며
자신에게 원한을 가진 사람조차 없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 청문회는 사람 하나를 잡는 자리가 아니다
인사청문회의 목적은 분명하다.
후보자가 해당 부처를 이끌 능력이 있는지,
공직자로서 중대한 결격 사유가 있는지를 국민 앞에서 확인하는 것이다.
따라서 용혜인 후보자 역시 제기된 의혹에 구체적으로 답해야 한다.
잘못이 있다면 책임져야 하고 법적인 문제가 확인된다면 그것 역시 피해갈 수 없다.
그러나 정치권에도 같은 기준이 필요하다.
장관 직무와 무슨 관계가 있는지 설명하기 어려운 개인적인 문제까지 끌어오거나,
주변 사람의 행동을 후보자 본인의 문제처럼 확대하거나,
확인되지 않은 제보를 마치 상당한 사실이 확인된 것처럼 다뤄서는 곤란하다.
정치인을 검증하는 것과 정치인을 탈탈 터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니다.
강한 검증은 필요하다.
오히려 장관 후보자라면 일반인보다 훨씬 강한 검증을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강한 검증과 무차별적인 털기 역시 다르다.
잘못이 있다면 정확하게 밝혀 책임을 물으면 된다.
의혹을 제기했다면 근거를 제시하면 된다.
반대로 사실이 아니거나 장관 직무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면
거기에서 멈출 줄도 알아야 한다.
용혜인을 좋아하느냐 싫어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오늘은 용혜인일 수 있지만
다음에는 전혀 다른 정당의 후보자가 같은 일을 겪을 수 있다.
어느 정권이 들어서든 마음만 먹으면
상대편 후보자의 과거와 가족 주변 사람들을 끝없이 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청문회에서 정책과 능력은 사라지고
누가 더 큰 흠집을 찾아내느냐는 경쟁만 남는다.
그것이 과연 국민이 원하는 인사검증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용혜인 후보자에게 물어야 할 것은 제대로 묻자.
의혹도 철저하게 확인하자.
하지만 정치권에도 묻고 싶다.
▶ 문제를 찾기 위해 검증하는 것인가.
아니면 문제를 만들기 위해 사람을 뒤지고 있는 것인가.
그리고 이 정도로 한 사람과 그 주변을 계속 파헤치는 방식이 반복된다면
결국 마지막에 남는 질문은 이것일지도 모른다.
■ 이런 식이면 과연 어느 누가 장관을 하겠다고 나서겠는가.▶ 정부 환급금 조회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