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해신항 들어오면 일자리 쏟아질까?…1,572억 투자에 고용 275명
진해신항이 들어오면 진해에 일자리가 쏟아질까?
수조원이 투입되는 초대형 항만이 들어오고 글로벌 기업들이 몰려온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당연히 그런 기대를 하게 된다. 그런데 실제 들어오는 기업을 하나씩 보면 조금 다른 질문이 생긴다.
부산항만공사가 서컨테이너 1단계
항만배후단지 입주기업으로 협약한
LX판토스신항에코물류센터는 12만5,720㎡에 약 1,000억원을 투자한다.
DP월드부산로지스틱스센터는 7만4,568㎡에
약 667억원을 투자한다.
두 곳만 합쳐도 약 20만㎡, 투자액 약 1,667억원이다.
LX판토스의 경우 부산항만공사가 밝힌 신규고용 계획은 188명이다. 2027년 본격 가동하면 연간 약 13만7천TEU를 처리할 예정이다. 투자가 잘못됐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이런 글로벌 물류기업은 진해신항에 반드시 필요하다.
문제는 “대형 물류센터가
많이 들어오면 진해에 좋은 일자리도 그만큼 많이 생긴다”는 기대가 과연 현실적인가 하는 것이다.
축구장 수십 개짜리 창고…사람은 얼마나 일할까?
물류센터는 땅을 많이 쓴다. LX판토스 한 곳만 12만5,720㎡다. 부산항만공사도 이를 축구장 18개 규모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앞으로의 물류센터는 사람을 많이 쓰는 방향이 아니다. 자동창고와 무인운반장비, AI 물류관리
등 더 적은 인력으로 더 많은 화물을 처리하는 방향으로 발전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당연히 경쟁력이다. 진해 입장에서는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대규모 부지를 물류센터가 차지하고 컨테이너는 크게 늘어나는데, 직접고용이 과거 대형 제조공장만큼 따라오지 않는다면 넓은 땅을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를 더 까다롭게 따져야
하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컨테이너가 진해에서 잠시 머물다 그대로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가는 경우다. 배에서 내리고, 창고에
보관하고, 분류한 뒤 화물차에 실어 다른 지역 공장으로 보낸다. 그렇다면 진해는 항만과 땅, 도로를
제공하지만 제품을 만들고 가공하면서 발생하는 더 큰 부가가치는 다른 지역이 가져갈 수 있다.
물동량이 늘었다고 그만큼 진해가
잘살게 되는 것은 아니다.
물류창고가 문제가 아니라 ‘물류만 있는 것’이 문제다
그렇다고 물류센터를 줄이자는 이야기도 아니다. LX판토스 역시 단순 보관창고가 아니라 포장·조립·가공·라벨링 등 고부가가치 물류활동을 수행할 계획이다. 이런 방향을 오히려 더 확대해야 한다. 해외에서 부품이 들어오면 진해에서 조립하고 가공해 완제품으로 다시
수출하게 만들 수 있다.
창원의 방산·기계산업과
연결할 수도 있다. 조선·선박정비, 항만장비, 로봇·AI와
같은 기업을 끌어들일 수도 있다. 같은 10만㎡라도 컨테이너를
보관했다 내보내는 시설과 제조·가공·연구개발까지 하는
기업이 지역에 남기는 것은 다르다.
그래서 앞으로 기업유치를 발표할 때 ‘몇천억원 투자’만 자랑해서는 안 된다. 몇 명을 고용하는지, 어떤 일자리인지, 진해에서 얼마의 부가가치를 만드는지까지 같이 공개해야 한다.
신항의 일자리를 신항
안에서만 찾을 이유도 없다
여기서 생각을 한 번 더 넓힐 필요가 있다. 신항에는 기업 관계자와 바이어, 해운·물류 종사자, 협력업체 직원 등이 끊임없이 오간다. 이 사람들은 먹고 자고 회의하고 소비한다. 그런데 신항에서 일하고 부산에서 자고, 다른 지역에서 저녁을 먹는다면 항만은 진해에 있어도 소비는 밖으로 빠져나간다.▶ 정부지원금 확인하기
그래서 숙박·상업·관광·업무시설까지 모두 신항 배후단지에 넣을 필요는 없다. 오히려 진해 도심으로 끌어와야 한다. 진해에는 군항제와 해양관광이라는 자원도 있다. 봄에는 군항제 관광객, 평소에는
신항과 기업 출장객, 여기에 창원 방산·기계산업의 비즈니스
수요까지 묶는다면 호텔·상업·문화·관광산업의 새로운 시장을 만들 가능성이 있다.
신항에서 직접 100명을
고용하는 것만 일자리가 아니다. 신항 때문에 호텔과 음식점, 관광·상업시설에서 100명이 새롭게 일하게 된다면 그것 역시 진해가
가져온 신항의 경제효과다.
문제는 어디에 만들 것인가다
여기서 진해의 오래된 문제가 나온다. 쓸 수 있는 큰 땅이 부족하다.
2025년 경남도의회에서 제시된 자료에 따르면 진해구 행정면적 124㎢
가운데 육상 군사시설보호구역이 57.38㎢로 46.3%, 국방부 소유 부지는 41.77㎢로 33.7%에 달한다. 당시에도 진해신항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덕산비행장
등 군사시설 문제를 풀어 개발가용지를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그래서 이제 덕산비행장, 교육사
관련 군부지와 앞으로 재배치 가능한 군 시설, 풍호동의 부영 부지를 따로따로 볼 게 아니라 신항
이후 진해의 도시공간이라는 큰 그림에서 함께 볼 필요가 있다.
아파트도 필요하다…문제는 ‘아파트만’ 짓는
것이다
여기서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군 시설을 이전하는 문제는 지금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하지만 군 부지를 민간으로 이전시키려면 막대한 돈이 든다. 경남도의회에서도 진해비행장 이전 방법으로 민간자본을 활용한 ‘기부 대 양여’ 방식 등이 공식적으로 거론됐다. 군 시설을 대체해 준 뒤 기존 부지를 활용해 사업비를 충당하는 방식이다. 그렇다면 일부 아파트 개발도 필요할 수 있다.
주거개발에서 사업성을 확보하고 그 개발이익을 군 시설 이전과 기반시설
조성에 활용하는 것이다.
일부에는 주거시설을 넣어 사업성을 확보하고, 나머지 핵심 공간에는 기업과 업무시설, 연구개발, 호텔, 상업·문화·관광시설을 배치하는 복합개발을 검토할 수 있다.
덕산비행장과 교육사 부지뿐 아니라 풍호동의 부영 부지도 같은
시각으로 볼 필요가 있다. 신항 시대에도 좋은 땅이 나올 때마다 아파트만 늘린다면 사람은 늘어도
일하러 갈 곳과 돈 쓸 곳은 다른 도시인 베드타운이 될 수 있다.
화물차도 ‘민원’으로만 보면 답이 안 나온다
신항이 커지면 화물차 증가도 피할 수 없다. 주차장과 전용도로, 휴게시설이
부족하면 불법주차와 교통혼잡, 안전문제가 생긴다. 하지만 컨테이너를 전국으로 움직이는 화물기사를 문제의 원인으로 몰아서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
현장에서는 상·하차를
위해 몇 시간씩 기다리는 사례도 있다. 대기시간을 줄이고 적정한 운송대가를 지급하면서 충분한 주차·휴게·정비시설을 갖추는 것이 먼저다. 그리고 제대로 된 화물차 복합휴게시설을 만들면 기사들은 그곳에서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차량을 정비한다. 준비 없이 들어오는 화물차는
민원이지만, 제대로 준비하면 그 사람들 역시 지역의 소비자가 된다.
진해신항이 세계적인 항만으로 성장해도 제조·가공은 다른 지역에서 하고, 기업 관계자의 숙박과 소비마저 부산 등으로
빠져나간다면 진해가 얻는 몫은 제한적이다. 그래서 신항에는 물류와 함께 제조·가공·조선·방산·AI 등 고부가가치
산업을 붙이고, 덕산비행장·교육사
관련 군부지·풍호동 대규모 부지는 주거와 기업·업무·숙박·상업·관광이 어우러진
복합개발을 고민해야 한다.
군 시설 이전에 필요한 재원과 사업성을 확보하기 위해 일부 주거개발도 필요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아파트를 짓지 않는 것이 아니라 아파트만 짓지 않는 것이다. 결국 진해신항의 성패는 컨테이너가 얼마나 들어오느냐보다 좋은 일자리와 돈이 얼마나 진해에 남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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